"10채 중 3채도 안 팔려".. 서울 아파트 낙찰률 13년 만에 최저
물건 쌓여도 이달 평균 응찰자 3명.. 1월의 절반 수준
낙찰 17건 중 1회 이상 유찰 11건.. 낙찰가율도 '뚝'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아파트 경매시장이 좀처럼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꽁꽁 얼어붙은 매매 시장과 맞물린데다 올해 들어 적용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 수요의 발길이 끊긴 영향으로 보인다.
27일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경매의 평균 낙찰률은 27.4%로 집계됐다. 낙찰률은 입찰에 부쳐진 물건 중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의 비율로, 경매로 나온 10채 중 3채 이하만 새 주인을 찾았다는 의미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2월(80%)보다 52.6%포인트 감소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낙찰가율은 96.3%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로 예컨대 감정가 1억원인 아파트가 963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7개월 동안 110%를 웃돌며 5차례나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매매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물건 늘지만 새주인 찾기 ‘하늘의 별따기’… 유찰 물건은 인기만점
최근 법원경매로 나온 서울 아파트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의 매수세가 강했던 지난해에는 경매 취하가 늘면서 월평균 35건의 경매가 진행됐지만 올 들어 경매로 더 많은 물건이 나오면서 이달에만 62건이 진행됐다. 주택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매매 대신 경매를 통해 채무를 해결하려는 집주인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응찰자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응찰자수는 3.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지옥션이 통계를 집계한 2001년 이후 세 번째로 적은 수치로, 올해 1월(6.35명) 대비 절반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평균 응찰자 수는 부동산 시장이 한창 활황이던 지난해 2월 11.6명까지 치솟았지만 매매시장 거래가 둔화된 하반기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경매에 참여 인원이 감소하면서 유찰된 물건이 많아지자 낙찰률이 떨어졌다는 게 지지옥션 측 설명이다.
특히 유찰된 물건을 중심으로 응찰자들이 몰리는 모습이다. 이달 서울에서 낙찰된 아파트 물건 17건 중 3분의 2가 넘는 11건(64.7%)이 1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었다. 최근 집값 하락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감정가가 수요자 인식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매로 나온 아파트 매물의 감정은 통상 경매 개시 6개월~1년 전에 진행되는데 감정이 진행됐던 시기가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나온 지난해였기 때문이다. 서울 법정 경매에서 낙찰자를 찾지 못해 유찰될 경우 최저경매가가 감정가 대비 20%씩 낮아진다.
경기·인천 경매시장도 주춤… 금리인상·대출규제 강화로 자금조달 어려워
서울 외 수도권 지역도 마찬가지로 하락세다. 이달 인천지역 아파트 낙찰률은 전달보다 19.8%포인트(p) 떨어진 31.0%를 기록하며 2001년 5월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6월(84.62%) 대비 53.62%p 감소한 것이다. 낙찰가율 역시 이달 91.5%를 기록하며 120%대를 기록하던 지난해 하반기보다 크게 하락한 모습이다.
경기도의 경우 이달 낙찰률은 46.0%로 나타나며 절반 이상의 물건이 유찰됐다. 이는 2019년 8월 이후 47개월 만에 최저치다. 낙찰가율은 92.7%로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90%대를 이어갔다.
수도권 아파트 법원경매 시장이 위축된 것은 기준금리 연속 인상과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향후 아파트 매매 시장의 전망도 어두워지면서 경매시장에 몰리던 투자 수요도 관망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물건도 대출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탓에 매수자들이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 들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되면서 경매시장도 더욱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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