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은 이준석 편 아니었나.."내부총질 당대표" 유출 일파만파

김윤진 2022. 7. 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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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권싸움 지휘하는 대통령.. 토사구팽 위선적" 맹폭
이준석 "양두구육.. 의미 명확히 이해" 맞대응.. 갈등 심화할 듯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해 1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서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나눈 대화가 공개된 후폭풍이 거세다. 이준석 대표의 징계 처분 등 당의 결정에 이른바 '윤심(尹心)'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중 권 대행의 휴대전화 화면에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인과 텔레그램으로 주고받은 대화가 언론에 포착됐다. 해당 발신인은 권 대행에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내용이 보도되자 권 대행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을 노출해 오해를 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대통령으로서 당무를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당의 현안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일 이 대표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초유의 사태에도 윤 대통령은 말을 아꼈다. 이 대표 역시 "(당대표 징계에) 가장 신난 분들은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분들인 것 같다"고 윤핵관 인사들을 직격하면서도 "'윤심'이 등장한 개연성은 전혀 모르겠다"며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당의 결정에 반영됐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어 왔다.

그러나 "내부 총질" 등의 표현에서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부정적인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당에서 '축출 된' 배경에 윤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라며 "지지율 회복을 꾀하던 윤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이 대표를 싫어하셨다는 소문이 방증 된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토로하는 한편 "권 대행께서도 내부총질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본인의 생각을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재를 만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토사구팽'하는 데 일조했다며 여권 분열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뒤에서 몰래 당권싸움을 진두지휘했다는 말인가. 이준석 대표 징계에 관여했는지 분명히 밝히라"고 압박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27일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이 자기 당, 집권 당의 대표를 제거하고 기분이 좋아 권한대행에게 이런 문자를 보낼 정도로 대한민국이 한가하냐"며 "언제는 이 대표에 의지해 젊은이들의 표를 구걸하더니, 이제는 내부총질을 한다며 바로 젊은 대표를 잘라내는 대통령과 윤핵관의 위선을 보며 정치가 잔인하다고 느꼈다"고 질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페이스북 캡쳐.

보도 당일 침묵을 지킨 이 대표는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섬에서는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팝니다.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습니다"라며 논란을 겨냥한 듯한 게시물을 올렸다. 겉보기만 그럴듯하고 속은 변변하지 아니하다는 의미의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 인사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평론가는 이 대표가 직접적인 공세는 펼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당분간 로키(low-key) 전략으로 여론전에서 동력을 충분히 확보한 뒤, 추후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립각을 세우며 당권 주자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핵관에 대한 비호감 여론이 높아져 이 대표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이다. 윤심의 진의도 확인했으니 더 자유로워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권 대행은 27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인 문자 유출·공개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재차 사과했다. 이후 "사적 문자가 본의 아니게 유출됐기 때문에 내용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추가 질의는 받지 않았다. 최영범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을 마친 뒤 대통령실 입장에 관한 질문을 받고 "권 대행이 이미 입장을 밝혔기에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추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이 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고 답했다.

김윤진 인턴기자 yj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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