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부총질 문자에..이준석 "카메라 사라지면 윽박지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표현한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논란인 가운데 이 대표가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언급하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섬(여의도)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라고 했다.

이어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며 양두구육 뜻을 썼다. 이는 훌륭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은 그렇지 않은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그러면서 “이 섬(울릉도)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 감사합니다. 울릉도”라고 글을 끝맺었다.

앞서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시간에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적혀있는 발신자와 나눈 문자 내용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권 대표대행에 보낸 문자에서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에 이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권 대표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엄지척’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같은 문자 내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하자 권 대표대행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대통령실은 27일 이 같은 문자 대화 논란에 대해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이 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여는 발언을 마치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권성동 직무대행께서 입장을 밝히고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추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 수석은 사견을 전제로 “당무는 당 지도부가 알아서 잘 꾸려나갈 일이고, 윤 대통령이 일일이 지침을 주거나 하는 일은 없다”며 “우연한 기회에 노출된 문자 메시지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것은 조금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