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경고]"문제는 인플레" 경기침체 우려에도 '과감한 긴축' 촉구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전 세계가 곧 경기침체의 가장자리에 서게 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는 그간 우려했던 하방 리스크들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에 따른 에너지 및 식량 위기, 주요국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통화 긴축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IMF는 이러한 침체 우려에도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각국 정책 입안자들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과감한 긴축’을 주문했다. 통화 긴축이 단기적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긴축 행보를 지연할 경우 경제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란 진단에서다.
◇IMF 침체 경고, 왜?
IMF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불과 석달 만에 각각 1.4%포인트, 1.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미국의 전망치는 가계 구매력 감소, 긴축 통화정책 등으로 인해 4월 3.7%에서 2.3%로 낮춰졌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추가 봉쇄에 따른 여파와 부동산 위기 등이 반영돼 3.3%까지 하향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침체 위협이 한층 높아진 유럽(EU)도 상황은 좋지 않다.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1.2%로 0.9%포인트 내려갔다. 영국의 하향 조정폭도 0.5%포인트에 달한다.
IMF가 불과 석달만에 글로벌 성장 전망을 낮춘 배경으로 세계 3대 경제대국인 미국, 중국, 유로존의 성장 둔화를 첫손에 꼽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3대 경제가 정체되면서 글로벌 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긴축을 촉발했고, 중국의 침체는 예상보다 더 나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도 더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빠르게 긴축 페달을 밟고 있는 미국의 경우 최근 소비심리 등 경제지표로도 둔화 조짐이 확인되고 있다. 고린차스 수석이 "올해 미국의 2.3% 성장 전망은 경기침체가 기본 가정이 아니다"면서도 "침체를 피하기에 길이 좁다"고 꼬집었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통상적인 기술적 침체의 정의로 볼 때 이미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가 강력한 고용시장을 근거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하더라도 침체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미 경제분석국은 오는 28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공개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GDP나우는 지난 19일 미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1.6%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의 로베르토 페를리 글로벌정책리서치국장은 "연착륙으로 향하는 길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은 좁고 찾기 매우 힘든 길"이라며 "일부 지표들은 이미 경기침체가 왔거나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평가되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물가 안정 최우선 목표… 긴축 지속해야"
다만 IMF는 잇따른 경기침체 경고에도 최근 긴축에 나서거나 긴축을 예고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이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인플레이션 수준이 거시경제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자칫 긴축 행보에서 멈칫하다 더 큰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폭이 올해 8.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에는 5.7%로 다소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고린차스 수석은 "인플레이션을 중앙은행 목표치로 되돌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긴축을 미룰 경우 어려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결정을 위해 이날부터 이틀간의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 돌입한 상태다. CNBC방송이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Fed의 노력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63%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Fed는 이번 FOMC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75%이상 반영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 범위가 된다. Fed가 1.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강력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도 25%에 육박한다.
TD시큐리티즈는 "이번 주 발표되는 2분기 GDP가 경기침체 진입 신호를 보낸다고 해도 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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