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등재된 2만 년 전 동굴벽화에 낙서가 있다
[오문수 기자]
▲ 쳉헤르 동굴 입구에선 일행 모습. 쳉헤르 동굴은 구석기시대인들이 살면서 벽화를 그린 곳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소중한 동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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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이라더니. 성산인 '뭉하이르항 올(Monh hayrhan uul)' 4천여 미터 줄기여서인지 험난하기 이를 데 없다. 모래나 잔자갈만 깔린 사막에 비해 호박만한 돌들이 쌓인 길을 달리는 3대의 푸르공은 도저히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게 있었다. 큰 산 계곡에는 맑은 물과 고목들이 자라고 있었다.
▲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 중이라는 14살 몽골소년의 늠름한 모습. 험한 산길을 쏜살같이 달려가는 소년의 모습이 칭기즈칸의 후예다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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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마을에서 지붕 위에 간판이 보이면 가게가 있다는 표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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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타이 솜을 지나 쳉헤르 동굴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길을 막고 이동하고 있었다. 차들은 양들이 비켜줄 때까지 경적을 울리며 기다려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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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몸을 씻고 있던 현장에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섰다. 푸르공 운전수들과 대화하던 오토바이 주인은 산속 깊은 곳에서 가축을 키우는 유목민으로 일행이 출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서서히 앞장서기 시작했다. 험준한 산 중턱 갈림길에서 오토바이를 세우고 운전수들에게 일행이 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준 몽골 유목민.
▲ 고비사막이 끝나가고 4천여 미터의 험준한 산줄기를 넘어 몽골서부로 향하는 길목에는 커다란 고목과 시원한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랫만에 물을 만난 일행은 옷 입은 채로 물에 뛰어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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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유목민들은 정말 친절하다. 깊은 산속에서 푸르공 운전사들이 길을 묻자 가던 길을 멈춰 기다렸다가 일행이 길을 나서자 앞장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갈림길에서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만약 험난한 산속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갔더라면? 어휴! 아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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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그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궁인창씨가 가져온 상비약과 선물을 줬다. 몽골 유목민들의 친절은 유별나다. 지나가는 차가 고장나 있을 때 시간이 나면 수리해주고 떠나가거나 비싸지 않은 부속품을 주기도 한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쳉헤르 동굴벽화
4천여 미터 준령을 넘은 일행이 쳉헤르 동굴로 가는 길 앞에는 포장도로가 펼쳐졌다. 3년전 왔을 때만 해도 비포장도로라 애먹었는데 몽골이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야영할 음식과 양 한 마리를 산 일행이 드디어 쳉헤르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 염소로 추정되는 벽화들. 구석기시대에 그려진 그림을 눈앞에서 볼 수있다는 건 커다란 감동이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림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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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쳉헤르 동굴에는 구석기시대인들이 그린 벽화가 여러 점 있다. 머리 맡에 있는 벽화들을 본 일행은 감격에 겨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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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 없는 높이 100여 미터의 산자락 8부 능선에 두 개의 동굴 입구가 보인다. 일행은 야영할 텐트 설치를 중지하고 어두워지기 전에 동굴벽화를 찾아보기로 했다. 후래쉬를 켜고 커다란 동굴에 들어가 바위에 그려진 염소 그림을 찾았지만 나머지 그림은 찾을 수가 없다. 일행 중 한 명이 나머지 그림을 못 찾고 있는 내게 "아니! 왜 그림을 못 찾아요? 3년 전에 왔었다는 게 맞아요?"라며 공박한다.
▲ 쳉헤르 동굴속에서 구석기시대에 그려진 벽화를 찾기 위해 애쓰는 일행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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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정말 대단하다! 내가 정말 2만 년 전 구석기 시대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있는 게 맞아?"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그렸을 걸로 추정되는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에는 영양과 쌍봉낙타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벽화가 후기 구석기시대 작품이라고 추정한 러시아 학자 알렉세이 '오클라드니코브'는 "이 동굴벽화는 지금으로부터 2만 년에서 1만 5천 년 전 구석기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추정했다.
동굴의 흰 회색질 벽면에는 소, 맘모스, 코뿔소, 타조 등 오늘날 몽고에서 볼 수 없는 동물을 비롯하여 산양, 큰뿔양, 영양, 쌍봉낙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이 붉은 광물물감으로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당시 살았던 동물과 생활상을 형상화한 것이 분명하며 몽골 최초의 예술 작품으로 1996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벽화 속 동물들을 보면 동굴 인근에 나무와 풀이 무성해 수많은 동물의 서식처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동굴 입구에서 인근 지형을 살펴보면 황무지 같은 모습이다. 선사시대에는 동물들이 먹을 식물들이 많았는데 왜 이렇게 황폐해졌을까?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환경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수많은 가축들이 풀들이 채 자라기도 전에 풀뿌리까지 파헤쳐 먹었기 때문인지가 궁금해졌다.
▲ 쳉헤르 동굴벽화 인근에 그려진 낙서로 3년 전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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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6개월 동안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몽골과 한국의 청동기시대 문화를 비교 연구하고 있던 강톨가(J. Gantulga) 박사를 만나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는 몽골인뿐만 아니라 인류가 공유해야 할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연구를 마치고 몽골에 돌아가거든 제발 몽골인들이 낙서하지 못하도록 게시판을 세워 주세요"라고 부탁했었다.
그는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몽골 사슴돌 연구의 대표학자이다. 낙서금지 안내판도, 보호망도 없는 안타까운 세계문화유산 쳉헤르 동굴벽화. 일행과 함께 쳉헤르 동굴 인근에서 야영을 마치고 몽골서부 도시인 홉드로 떠나며 속으로 빌었다.
"제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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