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노병대회 불참한 김정은..19일째 두문불출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27일) 69주년 맞아 노병대회를 26일 평양에서 개최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부결속 위해 노병대회 활용
북한 관영 매체들은 27일 "공화국의 영원한 전승의 명절에 즈음하여 온 나라 인민의 숭고한 경의와 열렬한 축하 속에 제8차 전국노병대회가 7월 26일 수도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행사에는 김덕훈·조용원·최룡해·박정천·이병철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당·정·군 주요 간부들이 참석했다.
매체들은 조용원 당 비서가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작성된 축하문을 노병들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당 중앙위는 축하문에서 "이 땅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 스스로가 선택해 가고 있고 세대를 이어가야 할 혁명의 길은 제국주의와의 첨예한 대결을 동반한다"고 밝혔다.
당 중앙위 축하문에서는 핵무력 강화나 대남·대미 관련 구체적인 메시지는 없었다. 이는 대북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홍수피해 등에 따른 경제난으로 내부 자원과 동력을 총동원 해야 하는 북한 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대외적으로 핵전쟁, 대내적으로 방역·경제·민생전쟁에 직면해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노병대회를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충성을 강조하고 사상무장을 통해 내부 결속을 끌어내기 위한 계기로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19일째 두문불출
북한은 전승절을 기념해 전국 각지에 있는 6·25전쟁 참전 용사를 평양에서 열리는 노병대회에 초청해 극진한 예우를 갖춰왔다. 노병대회는 정전협정 체결 40주년이던 1993년에 처음 열렸으며,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올해까지 일곱 차례나 개최했다.
김정은은 2015, 2020년과 지난해에는 직접 참석해 연설했으나 올해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노병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연회나 기념촬영 등 후속 일정에 김정은이 참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정은은 지난 8일 노동당 특별강습회에 참석한 조직부문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이후 19일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휴가나 건강문제가 아닌 경우 그의 잠행이 새로운 정책 구상으로 이어졌던 만큼 '모종의 도발'이나 '대미·대남 담판'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심상치 않은 식량상황
다만 김정은의 이번 장고가 대북제재, 코로나19, 가뭄·장마 등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볼 여지도 있다.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방역·대외관계·민생 등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내 식량문제도 심상치 않다.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내부 목소리도 들려온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22일 공개한 '북한 시장 최신 물가 정보'에 따르면 북한 내 쌀 가격은 1㎏에 6830원을 기록했다. 이는 김정은이 노동당 전원회의(8기 3차) 연설에서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식량난을 고백했던 지난해 같은 시기(2021년 7월 20일 기준 6200원)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내 코로나19 관련 발열환자 수가 줄고 있는 것은 봉쇄와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좋은 메시지가 아니다"며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는 북·중 간 국경을 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위드 코로나' 정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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