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예능도 '퀴어'열풍.."커밍아웃 하겠습니다"
퀴어 예능, 퀴어 축제..'부정적' 시선은 여전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게이입니다."
이제 '퀴어'를 예능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 8일 성소수자 관찰 예능 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OTT) 웨이브에서 첫 방송됐다. '퀴어'란 다양한 성소수자를 통칭하는 말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무성애자 등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 각종 오해와 편견…눈치 보며 결혼 준비
매주 금요일에 방송되는 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가 출연하며 이들의 일상을 담은 관찰 예능이다. 동거 중인 퀴어 연인 3쌍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간다. 이들은 '다르다'라는 이유만으로 평범한 일상을 포기해야 하고, 사회가 인정해 주지 않아 오해와 편견으로 둘러싸인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여준다.
1화에 출연한 보성과 민준은 남성 커플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달달한 신혼을 즐기고 싶지만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마트에서 같이 장을 보며 어깨동무를 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
보성-민준 커플은 구청에서 혼인 신고서를 작성할 때 누가 '아내'를 할 것인지 논의한다. 우여곡절 끝에 혼인신고를 할 수 있을지 알았지만 "접수는 할 수 있지만 혼인신고는 할 수 없습니다" 구청 직원의 대답이 돌아왔다. 구청 직원은 "원래 접수조차 안 됐는데 얼마 전 바뀌었다. 그런데 접수만 할 수 있을 뿐 그 이후 절차는 진행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레즈비언 커플인 가람-승은은 결혼 준비를 위해 웨딩플래너를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웨딩업체는 동성 커플 상담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중간에 부모님의 반대나 가족의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해-민주 커플은 유지해 씨는 FTM(Female to Male) 트렌스젠더이고 이민주 씨는 양성애자다. 민주 씨가 지해 씨와 사귀는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을 때 회사에서 쌍욕을 들어야만 했다. 불편한 시선에 대한 깊은 상처는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프로그램은 커밍아웃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동성 커플의 결혼을 향한 과정을 보여준다. 평범한 남성과 여성이라면 평소 거리낌 없이 느꼈던 일상들이 누군가에게는 할 수 없는 것, 차별이 된다는 것에 시사점을 던진다.
웨이브가 공개한 임창혁 프로듀서와의 인터뷰에서 임 프로듀서는 퀴어 예능에 대해 "꾸밈없는 현실 그 자체의 로맨스"라고 표현한다. 그는 "성소수자들의 환경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고민과 공론화가 필요하다면 그들의 생생한 삶 자체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오소리 사무국장은 퀴어가 예능으로 확장된 것에 대해 "퀴어가 방송에서 많이 다뤄지는 건 좋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방식 중 어떻게 다뤄지느냐가 관건이다"고 강조했다.
◆ "나와 다른 사람들 삶…관심 가지는 계기 됐으면"
지난 16일 서울광장에서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은 모여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로 광장을 채웠다.
그러나 맞은편에서는 맞불 집회가 열리며 퀴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광장 맞은편인 대한문과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기독교·보수단체들이 반대집회를 열며 "동성애는 죄악이다"와 같은 동성애 중단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퀴어축제에 참여한 20대 여성 A씨는 "내국인 외국인 불문하고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며 "성소수자 커플을 환영하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 환경임을 느낄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양선우 조직위원장은 "퍼레이드는 하루이지만 일상에서 성소수자를 드러낼 수 있는 여건은 잘 없다"며 "가족구성원 권리, 차별금지법 제정 등 실질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해 도움을 주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퀴어 예능을 방영한다는 기사도 악플을 피할 수 없었다. "더럽다" "아이들이 따라 할까 무섭다" 등 비방적이고 악의적인 표현이 달렸다. 청소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OTT 콘텐츠에 퀴어 예능을 통해 잘못된 성 가치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학생 때 성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20살에 비로소 본인이 남성을 좋아함을 깨달았다는 보성은 "커밍아웃을 한 이후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가족과 주변에서는 "성소수자로 살면 힘들지 않냐"는 우려 섞인 걱정도 있었다고 한다.
임 프로듀서는 "퀴어 이슈에 '호불호'를 갖고 계신 분들은 그대로 나름대로 관심이 있는 분들이다. 그러나 관심조차 없는 분들이 대다수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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