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물어뜯은 개, 결국 안락사?.. 국민제안 '톱10' 들었다

구자창 2022. 7. 2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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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세 어린아이를 공격한 사고견. 비글구조네트워크 SNS 캡처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세 초등학생을 물어 다치게 한 개가 결국 안락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위험성을 입증할 추가자료가 필요하다’며 경찰의 살처분 방침을 보류했지만, 동물보호법상 ‘인도적인 처리’(안락사) 절차를 아울러 전달하면서 안락사 조치를 할 수 있는 우회적인 경로를 열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檢, 우회로 전달… ‘안락사’ 국민제안 톱10 포함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검은 지난 25일 경찰의 압수물 폐기 건의에 대해 법적 요건인 ‘보관의 위험성’을 인정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해 보완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폐기가 아니더라도 동물보호법 22조에 따른 안락사가 가능하다며 별개의 절차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동물보호법 22조는 ‘동물의 인도적인 처리’ 절차를 정한 규정이다. 하위 규정인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에 따르면 사람·동물을 공격하거나 교정이 어려운 행동 장애 등으로 인해 분양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등의 동물은 인도적 처리 대상으로 선정돼 안락사 처분할 수 있다.

검찰은 현재 울주경찰서에서 보완 수사가 진행 중이고, 향후 보완된 내용과 수사 결과를 종합해 법과 원칙에 따라 압수물인 사고견에 대해 추가 지휘를 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안락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반려동물 물림사고 시 안락사 논란은 국민제안 ‘톱(TOP)10’까지 들며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3일부터 온라인(9000여건), 오프라인(3000여건)으로 접수된 민원·제안·청원을 심사해 최종 10개를 추렸다. 여기에는 ‘울산 개물림 사건’을 계기로 반려동물 물림사고가 생길 경우 견주 처벌을 강화하고 사고견은 안락사 조치를 취하는 안이 포함됐다.

“예방효과 없다” VS “사람이 더 중요”
사람을 문 반려견의 안락사가 적절한지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최근 SNS 입장문을 통해 “개 한 마리를 죽인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개를 죽여 이 사건에 대한 합리적 해결점에 도달할 수 있다면 저희 동물권 단체들도 그 희생을 인정하겠다”며 안락사에 반대했다.

이 단체는 “개가 사람을 무는 행위는 개들에게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문제”라며 “도덕적 인식이나 윤리적 기준을 자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지성적 주체가 아니므로 이러한 개에 대해 안락사라는 사회적 처벌은 합당하지 않다. 사회적 책임은 사회적 규범과 법률에 따라 이 개를 제대로 통제하고 관리하지 못한 견주에게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입장도 비슷하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KBS ‘ET WHY?’ 코너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사고를 일으킨 개를 안락사시키는 것은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람의 경우에 어떤 범죄에 대한 처벌은, 처벌로 인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조심하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개들이 그런 걸 알 턱이 없다”며 “개를 안락사시킨다면 그 개가 다른 누군가를 또 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견주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우리 개는 안 물어요’하는 편견을 없애야 한다. 언제든지 물 수 있다”며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조심시켜야 하고, 특히 개들이 스트레스받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개들이 어렸을 때 사회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고 했다.

반면 온라인상에서는 ‘사람을 문 개는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안락사 반대 입장을 밝힌 비글구조네트워크의 SNS 게시물에는 반대 댓글이 이어졌다. 다수 누리꾼은 “개보다 사람이 훨씬 중요하다” “사람을 해치면 살처분하는 게 옳다” “피해 아이와 가족에게 더욱 상처 주는 글”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 11일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목줄이 풀린 채 돌아다니던 13.5㎏의 중형견이 하교하던 A군(8)을 쫓아가 목과 팔 등을 물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A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수술을 받은 뒤 입원 치료를 받았다. 해당 사고견은 이후 동물보호소에 옮겨져 온순한 상태로 지내고 있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다시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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