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기차 그리 외치더니'.. 유럽서 부는 회의론
전기차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로 체질을 확 바꾸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중심에는 ‘전기차 대전환’을 가장 강력하게 외쳤던 유럽이 있다.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빠르게 장악해 나가는 중국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친환경에 집중하느라 산업 생태계를 급하게 바꿀 때 벌어지는 부작용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유럽연합(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폐지 방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존 입장을 180도 바꾼 발언이다. 정책도 이런 기조를 따라가고 있다. 독일은 최대 6000유로(약 810만원)를 지원하던 친환경차 혜택을 내년에 4000유로(약 542만원), 2024년 3000유로(약 406만원)로 줄이기로 했다.
독일만 이런 게 아니다. 영국은 최근 전기차 보조금 지원혜택을 종료했다. 원래는 5000만원 이하 전기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으로 최대 1500파운드(약 236만원) 줬었다. 노르웨이 역시 버스 전용도로 주행, 각종 통행료·주차료 할인,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전기차 혜택을 지난달에 없앴다.
더 이상 정부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전기차 전환이 돼서 이런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유럽이 갑자기 돌아선 이면에는 중국이 있다. 시장주도권을 중국에 뺏기고 있다는 위기감이다.
전기차의 핵심은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다. 27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의 판매 점유율 상위 10곳 중 6곳이 중국 기업이다. 세계 1위 CATL은 지난달에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CTP 3.0)를 내놓았다.
이 뿐만 아니다. 전기차에 필요한 원자재도 중국 손아귀에 있다. 배터리 양극재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57%를 차지한다. 음극재에 쓰이는 실리콘은 60% 이상 점유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망 붕괴로 국제 원자재 가격과 전기차 제조비용은 끝없이 상승 중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2025년쯤에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 진다고 내다봤지만, 지금도 이 관측이 유효하다고 보지 않는다.
테슬라는 올해만 가격을 6차례 올렸다. 유럽의 자동차 산업 분석기관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유럽의 전기차 평균 가격은 28%(3만3292유로→4만2568유로) 올랐다. 반면 중국 전기차는 47%(4만1800유로→2만2100유로) 떨어졌다. 차이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에서 오랜 기간 일관되게 추진한 ‘자국 전기차 업체 지원’ 정책이 자리한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 안보’ 위기를 겪으면서 전기차 전환의 부작용을 절실히 체감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럽의 다국적 완성차그룹인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최고경영자(CEO)는 “2025~2026년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이 더 어려워지고, 결국 아시아 의존도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유럽은 다시 ‘내연기관차 사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선봉에는 벤츠, BMW 등을 앞세워 내연기관차 강자로 군림했던 독일이 있다. 린드너 장관은 “내연기관차를 포기하면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그 격차를 메울 것”이라고 역설했다.
당장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내연기관 퇴출로 완성차 기업들이 잇따라 인력을 감축하는 상황도 유럽 정치권을 압박한다. 영국 경제연구소 캠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가 2018년에 진행한 연구를 보면, 내연기관차 1만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9450명이다. 이와 달리 전기차는 3580명이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최대 40만개의 자동차 관련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실제로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는 지난 4월에 직원 580명을 해고했다. 르노는 올해부터 3년간 내연기관 관련 인력 2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3월 구조조정을 단행해 생산직 근로자 5000명을 해고했다. 미국 GM도 지난해 직원 4000명을 줄였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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