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다음은 나겠구나 싶죠" 늘어가는 셀프계산대, 캐셔들 '불안'

김정완 2022. 7.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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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무인화 바람..캐셔들 실직 위기
대형마트 3사 직접고용 노동자, 6년 새 1만2801명 ↓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덜어내기' 가속화 전망
셀프계산대 도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캐셔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사진=김정완 기자 kjw106@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최근에 일반계산대는 줄이고 셀프계산대를 몇 개 더 늘리더라고요. 다음은 나겠구나 싶죠."

26일 오전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캐셔(계산원) A씨는 한숨을 쉬었다. 최근 근무지에서 셀프계산대 운영이 늘어난 만큼 곧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넘게 일하던 사람도 한순간에 길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며 "남 일 같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무인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하자 늘어난 셀프계산대는 내년도 임금 인상을 앞두고 더욱 확대 도입될 전망이다.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셀프계산대에 캐셔들은 언제든 실직할 수 있다며 위기감을 호소했다.

마트를 찾은 손님들은 낯설지 않은 듯 셀프계산대에서 혼자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이어갔다. 일반계산대를 기다리던 손님도 긴 줄에 지쳐 셀프계산대로 옮기곤 했다. 이마트는 지난 2018년 처음 도입한 뒤 전국 147개 점포에 1000대가량의 셀프계산대를 들였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7년 셀프계산대를 처음 도입했고, 홈플러스는 지난 2005년 구매 품목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처음 도입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셀프계산대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사진=김정완 기자 kjw106@

무인 결제기기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게 되면서 확대 도입됐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통계청의 '2020년 기준 경제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매업, 숙박업, 음식·주점업 등 3개 업종의 무인 결제기기 도입 사업체 수는 3만개다. 소량만 구매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무인 결제기기 도입에 불을 붙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낯설어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적은 양을 저렴하게 사러 오는 1인 가구 고객들은 간편하다면서 많이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셀프계산대가 도입되면서 마트·편의점 등 유통업체의 캐셔들은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 22일 김영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6년간 대형마트 상위 3사의 직접 고용 노동자는 이마트 5487명, 홈플러스 5290명, 롯데마트 2025명이 줄어 전국적으로 총 1만2801명 감소했다. 김 교수는 "대형마트 3사 중 매출이 가장 좋은 이마트가 인력을 5천여 명이나 줄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셀프계산대'와 '전자가격표' 등 디지털 기술 도입에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업계도 무인점포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편의점 주요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무인점포 수는 2783로, 지난 2019년 200여개 대비 14배가량 늘어났다. GS25는 지난 2020년 140개였던 무인편의점 수를 지난달 기준 723개로 늘렸고, GS25는 올해 무인점포 수를 250여개 더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CU도 지난 2019년 90여개에 불과했던 무인편의점 수가 2022년 400여개 등으로 증가했다.

시민들이 일반계산대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김정완 기자 kjw106@

나날이 증가하는 셀프계산대에 캐셔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대형마트에서 15년 이상 캐셔로 근무해온 이모씨(50대)는 "일반계산대 줄도 길어지고 셀프계산대를 낯설어하는 손님들도 계셔서 저 많은 셀프계산대를 한두 명이 뛰어다니면서 도와드려야 한다"며 "(셀프계산대가) 몇 대 있는 건 괜찮지만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셀프계산대 한 대를 사람 한 명으로 치고 인력을 줄이면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해 지난 12일 한 대형마트의 경우 캐셔들이 마트 앞에 모여, 셀프계산대 설치 반대 시위를 열기도 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급 9620원으로 확정되면서 업계의 '인건비 덜어내기'가 가속화될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5.0% 인상이 예고됐던 지난 2021년 편의점 등 무인점포 수는 다른 어떤 해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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