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밤 벤티만 뜨더라니..오후6시 퇴근하는 개인택시 사연

강갑생 2022.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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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대란 돋보기 ②]


서울시와 서울개인택시조합이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해 승차지원단을 운영하는 모습. [뉴스1]
'18시.'
서울지역 개인택시 기사들이 운행을 중단하고 본격적으로 퇴근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이후 택시승객이 몰리는 심야로 갈수록 운행 중인 개인택시 수는 급격히 줄어든다.

반면 대형 승합택시 서비스인 '카카오 T벤티'와 고급택시 서비스인 '카카오 블랙'은 이때부터 거꾸로 출근이 늘기 시작해 심야엔 운행 대수가 최대치에 이른다.

이러한 사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6월 한 달간 서울시내의 개인택시와 벤티, 블랙의 운행 패턴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개인택시는 오전 6시부터 운행량이 늘기 시작해 오전 9시~오후 5시에 가장 많은 차량이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별 개인택시 운행 패턴. [자료 카카오모빌리티]


그러다가 오후 6시부터 운행 대수가 줄기 시작해 심야 피크시간인 0시에는 운행량이 낮 시간대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카모 관계자는 "심야에는 오후 3시와 비교해 택시기사가 1만명이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지역 택시 7만 1700여대 가운데 개인택시는 4만 9000여 대로 70% 가까이 된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야간에 운전을 꺼리는 이유로는 고령화와 음주승객 기피 등이 꼽힌다. 개인택시 기사 중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벤티·블랙, 밤 11시~0시 운행 최대


벤티, 블랙 시간대별 운행 패턴. [자료 카카오모빌리티]
하지만 같은 개인택시 기사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벤티와 블랙은 상황이 정반대였다. 오후 5~6시쯤부터 출근이 늘기 시작해 심야로 갈수록 운행 대수가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운행 대수는 오후 11시~0시 사이에 최대였다.

카모에 따르면 현재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을 운행하는 벤티는 900대, 블랙은 500대가량이다. 벤티는 스타리아·카니발·스타렉스 등 승합차를 이용하고, 블랙은 외제 차나 대형 고급세단을 운행한다.

이처럼 일반 개인택시와 벤티·블랙의 운행패턴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탄력요금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의 일반 중형택시는 기본요금 3800원에 거의 고정된 주행요금을 받는다. 심야(0~4시)에 기본요금이 4600원으로 오르고, 요금이 20% 할증되긴 하지만 사실상 경직된 요금체계다.

반면 벤티는 기본요금 4000원에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서 기준 요금의 0.8~4배까지 받는 '탄력요금제'가 적용된다. 블랙은 기본요금이 좀 더 높은 6000원이며, 역시 0.8~4배의 탄력요금을 적용한다.

2019년 도입된 벤티 서비스에는 탄력요금제가 적용된다. [연합뉴스]

탄력요금으로 심야 수입 증가 덕


택시 승객은 넘쳐나는데 공급이 부족한 심야시간에 벤티와 블랙의 요금이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법상 벤티와 블랙, 카카오 블루 같은 플랫폼 기반의 택시는 신고제를 통해 탄력요금 적용이 가능하다.

김응철 인천대 교수는 "일반 개인택시와 달리 심야에 벤티와 블랙의 운행량이 늘어나는 건 결국 수입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탄력요금 덕에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에 심야에 운행하는 차량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9년 벤티 도입 초기 승객이 없어 사업을 포기했던 법인택시 회사 중에서 다시 벤티를 시작하려는 곳도 있다고 한다.

개인택시는 오후 6시부터 본격적으로 운행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도 택시대란 해소를 위해 탄력요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입이 늘면 야간에 운행하는 개인택시가 증가하고, 법인택시 기사도 다시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단순한 탄력요금제 확대가 아닌 서비스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상황에서 탄력요금만 확대하면 사실상 택시요금 인상이기 때문에 이용객의 반발이 작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하헌구 인하대 교수는 "택시 문제를 풀려면 다양한 운송서비스와 연계한 차별화된 요금체계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 업체를 많이 육성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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