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뒤덮는 폭염은 두 종류"..맞춤형 대책 필요한 이유
여름철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폭염도 어떤 조건에서 시작됐느냐에 따라 건조 폭염과 습윤 폭염으로 나뉘고, 이에 따라 피해 예방을 위한 대비책도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하경자 교수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자매지인 'npj 기후 대기 과학(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 온라인 저널에 동아시아 폭염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극지연구소·한양대, 홍콩시티대학, 미국 컬럼비아대학 등의 연구진이 함께한 이 논문에는 폭염(heatwave, 열파)을 특성에 따라 분류하고, 취약지역 지도를 작성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건조폭염은 북서부, 습윤폭염은 남부에서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폭염을 습도에 따라 구분하고, 건조폭염과 습윤폭염이 발생 작용에서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상대습도가 33% 미만인 경우를 건조 폭염으로, 66% 이상인 경우를 습윤폭염으로 정의했다.
이를 기준으로 1958~2019년 폭염을 살펴본 결과, 건조폭염은 주요 사막 지역에 인접한 동아시아 북서부에서 우세했고, 습윤폭염은 동아시아 남부와 해양에 더 가까울수록 증가했다. 동아시아 북서부 건조폭염 지역에서는 두 가지 유형 중 건조폭염이 68%를, 동아시아 남부 습윤폭염 지역에서는 습윤폭염이 79%를 차지했다.
한반도의 경우는 습윤폭염이 약 70%, 건조폭염이 약 30% 정도 차지한다.
열 스트레스 지수(HI)로 볼 때는 습윤폭염이 사람의 건강에 더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건조폭염은 HI에서 '주의' 수준이었지만, 습윤폭염은 동아시아 남부에서 '극도의 주의', '위험' 단계까지 도달했다.
구름·수증기 지표면 열 가둬
건조 폭염의 경우 가뭄에 취약한 지역에 물 공급 등 대비가 필요하다.
습한 폭염은 인접한 해양으로부터 습한 공기가 들어와서 수증기를 추가로 제공한다. 침강 기류 속에서 구름과 수증기가 지표면의 열을 가둘 때 습윤폭염이 강화된다.
습윤폭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지역에서는 에어컨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폭염 유형에 따라 다른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기상예보를 통해 어떤 유형의 폭염이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해 맞춤형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안 줄이면 폭염 급증
습도와 무관하게 폭염은 동아시아에서는 1958~2019년 동안 지속 시간과 빈도가 강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CMIP6 기후 모델을 통해 21세기 말 동아시아 상황을 예측한 결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이뤄지는 시나리오(SSP2-4.5 시나리오)에서 동아시아 북서부에서는 건조폭염이 44.2일, 동아시아 남부에서 습윤폭염은 73일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는 시나리오(SSP5-8.5)의 경우 건조폭염은 70.6일, 습윤폭염은 122.1일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의 경우 건조폭염은 늘지 않겠지만, 습윤폭염은 10년 마다 2일 정도씩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 교수는 "기후 모델로 예측한 결과,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묶더라도 폭염이 증가하고 발생 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양한 지역에서 폭염의 특성을 파악한다면 농업이나 수자원 적응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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