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에 한마디도 안졌다, 尹절친과 尹최측근 강경했던 이유
25일 시작된 국회 대정부질문은 정부와 여야 모두가 벼르던 정치적 변곡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에 쐐기를 박기 위해 공세를 폈고, 국민의힘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을 파고들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역공을 폈다.
치열한 공방에 고성까지 터진 대정부질문 회의장에서 유독 주목받은 이들이 있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비(非)정치인 장관들이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나긋나긋한 말투로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하며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 등의 공격적 질의에 또박또박 반박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한다는 인식 때문에 국무위원들이 어느 정도 저자세일 수밖에 없는데, 두 장관은 한 마디도 안 지더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행안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집단 반발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이 주요 표적이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사과 요구에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받아쳤고 “회의 주체가 경찰이 아닌 군이라고 생각해보라. 국가와 정부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쿠데타에 비유한 것”이라고 굽히지 않았다. 더 나아가 “(경찰 반발을 주도한 세력이) 짐작 가는 것이 있는데, 언론 취재나 경찰 내부 감찰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배후가 의심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공공연하게 했다.
이 장관이 시종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장관 본인의 생각도 반영됐겠지만, 윤 대통령의 의지가 직·간접적으로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쿠데타’라는 민감한 발언을 끝까지 시정하지 않은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는 자신감이 깔려있지 않냐는 추측이다.
충암고, 서울대 법대 선·후배인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의 친분도 이 같은 추측에 무게를 실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장관과 매일 통화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전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26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서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안에 집단 반발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며 이 장관에게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우리 동훈이"로 부를만큼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장관도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의원과의 설전으로 주목받았다. 한 장관은 박 의원의 장관 시절인 지난해 6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되는 등 껄끄러운 관계지만, 그 이전에 윤 대통령이 박 의원과 국정감사장에서 충돌한 ‘원조 악연’이 있다. 이날 한 장관이 박 의원의 공격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박 의원과 달리 저는 구체적 수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치자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윤 대통령에 이어 한 장관과의 대결에서도 내리 패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장관의 강경한 태도를 두고 “국회 무대에서 대선 주자로 뜬 윤 대통령 사례가 일종의 롤 모델로 작용한 것 아니냐”(여권 관계자)는 반응도 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인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등의 어록으로 주목받았고, 검찰총장 시절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과 국회에서 치고받으면서 대선 주자로 성장했다.
여당에서는 윤 대통령이 19일 ‘스타 장관’을 강조할 때 두 장관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전직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나 박진 외교부 장관이 적절한 선을 지켜가며 야당에 대응한 것과 달리, 이상민·한동훈 장관은 스포트라이트를 각오하고 작심한 듯 강경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두 장관으로부터 독대 업무보고를 받았다.
두 장관의 대정부질문 데뷔전을 두고 여당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캐릭터가 분명한 두 장관의 등장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 적신호를 반등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뜩이나 대통령실 참모나 내각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두 장관이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게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역효과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당 초선의원은 “야당 시절도 아니고, 정부와 집권당이 너무 강경 일변도로 날을 세우면 오만하다는 인상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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