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대신 경찰위 통제를" vs "이미 文정부 때 실패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안(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경찰국 신설을 두고 빚어진 정부·경찰 지휘부 대 일선 경찰 간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그간 경찰국 신설을 반대해온 경찰들은 “국가경찰위원회(국가경찰위)를 실질화해 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가경찰위 실질화는 ‘공룡 경찰’을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에서도 실패했던 카드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 "경찰국 신설 대신 경찰위 실질화" 주장
2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가경찰위는 1991년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설치됐다. 경찰법(7조1항)에 따라 국가경찰위는 행정안전부에 속해있다. 국가경찰위 핵심 기능은 경찰의 주요정책과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하는 것이다. 또 경찰청장 임명 동의 권한까지 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온 일선 경찰은 대안으로 이런 국가경찰위 실질화를 주장해왔다. 최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처된 류삼영 총경은 “경찰 중립을 위해선 국가경찰위원회가 실질화·상설화하고 권위를 높여 경찰력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경찰위는 그동안 사실상 명맥만 유지해왔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과 경찰개혁네트워크가 주최한 ‘행안부 경찰국 설치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경찰위의 안건 부결률은 0.13%라고 한다. 총 2345개의 안건 중 3건만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가경찰위가 경찰청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단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위의 '침묵'
더욱이 국가경찰위는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뒤 숨을 거둔 백남기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인 규명과 경찰 수뇌부 사과 등 논란이 이어졌는데 국가경찰위는 침묵했다. 이후 1년 7개월이 지나서야 경찰청장이 “2015년 민중총궐기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故) 백남기 농민님과 유가족분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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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서도 경찰위 실질화 실패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가경찰위 실질화 작업이 추진됐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위에서 ‘국가’경찰위로 명칭 정도 바뀐 수준에 그쳤다. 행안부 장관 직속 경찰제도개선위원회 공동자문위원장을 지낸 황정근 변호사는 “실질화 방안 핵심은 국가경찰위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로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처럼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관련 경찰법 제정 과정에서 정치권과 경찰 등 어느 쪽도 입법을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5년간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경찰을 직접 통제하고, 경찰 수뇌부 역시 지휘·감독기구의 실질화를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역시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상황에서 국가경찰위를 실질화하는 게 의미가 있냐는 회의론도 만만치않다.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는 “국가경찰위를 실질화하려면 독자적인 관리 감독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야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가경찰위원은 모두 7명인데,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이 가운데 정무직 차관급 상임위원 한 명 제외하고 모두 비상임위원이다. 이들 임기는 3년이다.
김민욱·이수민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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