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으면 해산물 100kg 쓸어담는다..천수만 통발체험의 묘미
행복농촌③ 충남 보령 호동골과 젓떼기마을
쓰레기를 꽃으로, 고물을 악기로
운명이 달라진 건 1980년대 천수만 간척사업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농지가 생겨 혜택을 본 마을도 있었지만, 학성2리는 아니었다. 연안 개발로 바다 환경이 달라지며 김 농사가 줄줄이 망했고, 주민 상당수가 마을을 떠났다. 먹고 살기가 팍팍해지자 동네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낚시꾼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쓰레기를 두고 어민과 농민 사이에 갈등이 커졌다.
학성2리 주민이 대대적인 마을 가꾸기를 시작한 배경에는 이렇듯 쓰레기가 있었다. 2019년부터 주민들은 어촌과 농촌, 어르신과 아이 할 것 없이 쓰레기 소탕에 뛰어들었다. 화단과 꽃길을 가꾸고 주민 쉼터도 조성했다. 2020년부터는 ‘한마음 축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마을 축제도 열고 있다.
매월 첫 번째 월요일이 어민과 농민이 함께 쓰레기 줍는 날이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생활 소품도 집집이 놓여 있다. 주민들이 결성한 마을 밴드도 있다. 버려진 파이프로 만든 마림바, 젓갈 통으로 만든 드럼, 통발로 만든 셰이커(타악기) 등이 주요 악기다. 최대성(48) 이장은 “한 지붕 두 가족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어민도 농민도 한 식구처럼 더불어 산다”고 말했다.
통발 체험 통 크네
통발 체험은 싱싱한 해산물을 통째로 쓸어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을 안 회변항에서 네다섯 명이 한 배(40만원)를 빌려 타고 나가, 천수만 바다에 뿌려둔 통발 150개를 2시간 만에 거둬들인다. 그날의 조황은 복불복인데, 많게는 한 번에 100㎏가량의 해산물을 가져갈 수 있단다. 돌게‧갑오징어‧붕장어‧주꾸미‧우럭 등 잡히는 어종이 다양하다. 이날은 유독 소라가 많이 딸려 올라왔다.
‘호동골과 젓떼기마을’. 학성2리 주민이 마을 가꾸기 사업을 하며 만든 새 마을 이름이다. 예부터 호랑이가 살만큼 깊은 산골이어서 ‘호동골’, 내륙으로 떼다 팔 만큼 젓갈이 많아 ‘젓떼기마을’로 불렸단다. 음식을 절이고 숙성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마을 식당 주메뉴가 돌게장이다. 철이 맞고 운이 따르면 소라장‧대하장‧멸치젓 등 다양한 젓갈 반찬도 맛볼 수 있다. 저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밥도둑이다.
학성2리 주변에는 돌아볼 곳도 많다. 2015년 공룡발자국이 발견돼 세간을 놀라게 한 염성해변이 옆 마을 학성1리에 있다. 썰물 때 물길이 드러나는 이른바 ‘맨삽지’로, 뭍에서 불과 30m쯤 떨어져 있다. 지난달 개통한 서해안 종주 트레일 ‘서해랑길’도 멀지 않다. 천북굴단지를 중심으로 한 62코스(15.9㎞, 5시간 소요)가 마을 인근을 지난다. 천북굴단지 뒤편 해안 숲길만 걸어도 가슴이 뻥 뚫린다. 천수만 너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오솔길을 거닐 수 있다.
보령=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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