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으면 해산물 100kg 쓸어담는다..천수만 통발체험의 묘미

백종현 2022. 7.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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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농촌③ 충남 보령 호동골과 젓떼기마을


통발에 미끼를 담아 물밑으로 내리는 모습. 학성2리 회변항에서 배로 20~30분을 나가 통발 낚시 체험을 한다.
충남 서해안과 안면도 사이의 바다 천수만. 충남 보령군 천북면 남쪽 끝자락의 학성2리는 천수만 어귀에 숨은 자그마한 마을이다. 경적 한 번 울리는 법 없는 조용한 시골이지만, 부둣가는 늘 분주하다. 항구는 이웃 동네 고깃배들까지 둥지를 틀었고, 마을 앞바다는 통발 거둘 때마다 온갖 갯것이 딸려온다. 약국이나 편의점 하나 없어도 천혜의 자연을 품었다.

쓰레기를 꽃으로, 고물을 악기로


낚시객과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조성한 마을 쉼터. 2019년부터 주민이 합심해 쓰레기를 줍고 화단과 꽃길 등을 조성했다.
학성2리는 어촌과 농촌이 어우러진 서해안의 전형적인 시골이다. 현재 80가구 130여 명이 산다. 4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부자 동네로 통했다. 김 양식이 성업해 200가구 가까이 살았었다.

운명이 달라진 건 1980년대 천수만 간척사업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농지가 생겨 혜택을 본 마을도 있었지만, 학성2리는 아니었다. 연안 개발로 바다 환경이 달라지며 김 농사가 줄줄이 망했고, 주민 상당수가 마을을 떠났다. 먹고 살기가 팍팍해지자 동네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낚시꾼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쓰레기를 두고 어민과 농민 사이에 갈등이 커졌다.

학성2리 마을 밴드. 버려진 젓갈 통, 통발·파이프 등 폐어구를 재활용해 악기를 만들었다. 사진 학성2리


학성2리 주민이 대대적인 마을 가꾸기를 시작한 배경에는 이렇듯 쓰레기가 있었다. 2019년부터 주민들은 어촌과 농촌, 어르신과 아이 할 것 없이 쓰레기 소탕에 뛰어들었다. 화단과 꽃길을 가꾸고 주민 쉼터도 조성했다. 2020년부터는 ‘한마음 축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마을 축제도 열고 있다.

매월 첫 번째 월요일이 어민과 농민이 함께 쓰레기 줍는 날이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생활 소품도 집집이 놓여 있다. 주민들이 결성한 마을 밴드도 있다. 버려진 파이프로 만든 마림바, 젓갈 통으로 만든 드럼, 통발로 만든 셰이커(타악기) 등이 주요 악기다. 최대성(48) 이장은 “한 지붕 두 가족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어민도 농민도 한 식구처럼 더불어 산다”고 말했다.


통발 체험 통 크네


충남 보령 학성2리의 대표 놀거리는 통발 체험이다. 최대성 마을 이장과 어린이 체험객이 통발로 거둬들인 소라 꾸러미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학성2리는 농어촌 체험마을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인근 섬 허육도와 연계한 바지락 채취, 보트 투어, 농산물 수확 체험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학성2리 앞바다는 낚시꾼 사이에서 정평이 자자한 어장이다. 해마다 3만명 가까운 강태공이 찾아온단다. 10여 년 전부터 해온 통발 체험이 대표 상품이다.

통발 체험은 싱싱한 해산물을 통째로 쓸어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을 안 회변항에서 네다섯 명이 한 배(40만원)를 빌려 타고 나가, 천수만 바다에 뿌려둔 통발 150개를 2시간 만에 거둬들인다. 그날의 조황은 복불복인데, 많게는 한 번에 100㎏가량의 해산물을 가져갈 수 있단다. 돌게‧갑오징어‧붕장어‧주꾸미‧우럭 등 잡히는 어종이 다양하다. 이날은 유독 소라가 많이 딸려 올라왔다.

천수만에서 잡은 갯것들로 만든 학성2리표 밥도둑. 돌게장·소라장·대하장·멸치젓 등이다.

‘호동골과 젓떼기마을’. 학성2리 주민이 마을 가꾸기 사업을 하며 만든 새 마을 이름이다. 예부터 호랑이가 살만큼 깊은 산골이어서 ‘호동골’, 내륙으로 떼다 팔 만큼 젓갈이 많아 ‘젓떼기마을’로 불렸단다. 음식을 절이고 숙성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마을 식당 주메뉴가 돌게장이다. 철이 맞고 운이 따르면 소라장‧대하장‧멸치젓 등 다양한 젓갈 반찬도 맛볼 수 있다. 저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밥도둑이다.

2015년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충남 보령 학성리 염성해변.

학성2리 주변에는 돌아볼 곳도 많다. 2015년 공룡발자국이 발견돼 세간을 놀라게 한 염성해변이 옆 마을 학성1리에 있다. 썰물 때 물길이 드러나는 이른바 ‘맨삽지’로, 뭍에서 불과 30m쯤 떨어져 있다. 지난달 개통한 서해안 종주 트레일 ‘서해랑길’도 멀지 않다. 천북굴단지를 중심으로 한 62코스(15.9㎞, 5시간 소요)가 마을 인근을 지난다. 천북굴단지 뒤편 해안 숲길만 걸어도 가슴이 뻥 뚫린다. 천수만 너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오솔길을 거닐 수 있다.

지난달 개통한 서해안 종주 트레일 '서해랑길' 62코스가 학성리 인근을 지난다. 천북 굴단지 뒤편에 호젓한 분위기의 해안 숲길이 있다.

보령=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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