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지적하면 '꼴페미' '메갈'"..인하대생들의 호소

이주연 2022. 7. 2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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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내 학생 성폭행 추락사 사건이 발생한 인하대에서 성차별적 대학 문화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잇따라 게재됐다.

익명으로 대자보를 작성한 인하대생 B씨는 "대학가에서 여성이 모욕당하고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모든 사건을 개별화해 개인의 일탈, 숨기고 묻어야 할 오류로 치부하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새벽 인하대 캠퍼스 내 건물에서 1학년 남학생이 동급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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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일, 인하대 익명의 대자보서 학내 문화 비판
"성폭력 사건·성차별적 문화 만연..모든 이가 안전해야"
‘익명의 인하대생 A’ 트위터 캡처


캠퍼스 내 학생 성폭행 추락사 사건이 발생한 인하대에서 성차별적 대학 문화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잇따라 게재됐다.

자신을 ‘익명의 인하대생 A’라고 소개한 A씨는 25일 교내에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최근 마주한 사건은 평등한 학교, 안전한 학교를 세우는 일이 시급한 과제를 넘어 뒤늦은 과제임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A씨는 “이 학교에는 ‘공공연히 떠드는 사람’과 ‘숨죽여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공공연하게 떠드는 사람들은 이번 사건으로 입시결과(입결)가 걱정된다고 말한다. 반면 폭력이 걱정돼 불쾌한 상황에도 친절하게 살아야 하는 여성, 학내 성폭력 사건과 성차별적 문화를 지적하면 ‘꼴페미’, ‘메갈’로 공격을 당할까봐 자기를 검열하는 사람들은 숨을 죽인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누군가는 갑자기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잠재적인 가해자로 불려서 혹은 입결과 학벌이 떨어져서 ‘남성’이자 ‘대학생’으로서 위신이 무너졌다고 말한다”며 “반면 다른 누군가는 폭력과 수치가 걱정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고 숨죽이며 자신과 동료 시민의 안녕을 걱정한다”고 썼다.

나아가 A씨는 그간 인하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문제를 경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자 의대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우들을 성희롱하고 총학생회 남후보가 여학우를 스토킹했을 때도 누군가는 성급히 일반화하지 말고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인하대에서는 최근 몇 년간 성폭력 관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19년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으로 입후보한 학생이 여학생을 온라인상에서 스토킹했던 사실이 공론화된 바 있다. 2016년에는 의예과 남학생들이 술자리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을 성희롱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익명의 인하대생 A’ 트위터 캡처


26일에는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익명으로 대자보를 작성한 인하대생 B씨는 “대학가에서 여성이 모욕당하고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모든 사건을 개별화해 개인의 일탈, 숨기고 묻어야 할 오류로 치부하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곳이 인천 하버드 대학교이든, 인천 하와이 대학교이든, 인천 하수구 대학교이든 여기에서 노동자는, 장애인은, 성소수자는, 여성은, 다시 말해 드나드는 모든 이들은 안전해야 마땅하다”며 “명예와 입결, 면접관이 이력서의 학력란을 봤을 때 느낄 인상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니라 안전하고 차별받지 않을 환경에서 함께 살고자 하는 모두가 우리”라고 강조했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이 2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새벽 인하대 캠퍼스 내 건물에서 1학년 남학생이 동급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학생은 이날 새벽 3시49분쯤 공대 건물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준강간치사 등 혐의로 가해자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인하대 측은 학칙에 따라 가해 학생의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한편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와 성교육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또한 보안 강화를 위해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모든 건물의 출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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