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럽 가스관 절반 또 잠갔다.."고도의 길들이기 전략"
유럽을 노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스관 숨통 죄기’가 재개됐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25일(현지시간)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터빈 2개 중 하나의 가동을 중단한다”며 “27일 오전 7시(서울보다 6시간 늦은 모스크바 시간 기준)부터 하루 공급량이 현재(6700만㎥)의 절반인 3300만㎥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 점검을 위해 멈췄던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재가동한 지 나흘 만이다.
가스프롬 측은 이날 “캐나다 정부로부터 가스관 터빈의 안전한 반환을 약속하는 문서를 받았지만, 추가 문제가 남아있다”며 서방 측에 책임을 돌렸다. 러시아는 지난 2월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경제 제재에 맞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에너지 무기’로 활용해왔다. 가스프롬은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터빈이 서방 제재 탓에 반환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가스 공급량을 평소의 40% 수준으로 줄인 데 이어 이달 11~21일 정기점검을 이유로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재가동 나흘 만에 공급량을 40%에서 20%로 더 줄이겠다고 한 러시아의 위협에 시장이 요동쳤다. 유럽산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8월물 기준)은 25일 전날보다 12% 오른 MWh당 197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고도의 ‘유럽 길들이기’ 전략을 쓴다고 분석한다. 가스를 무기로 유럽의 목을 풀었다 조이기를 반복해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나아가 서방의 내부 균열을 노린다는 것이다. 벨기에 경제 싱크탱크 브뤼겔의 시몬 탈리아 피에트라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러시아는 전략적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스의) 완전한 차단보다 낮은 수준으로 공급하는 것이 시장을 조작하고 지정학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더욱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가스 고갈 위기가 현실화화면서 유럽은 혼란에 빠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가스프롬의 공급 감축에 대해 “기술적 이유가 없다”며 비난했지만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WSJ는 “독일은 가정과 병원 및 기타 중요 부문과 산업용 가스의 공급 부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화학 분야 등 가스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 이포연구소는 “독일이 경기 침체의 문턱에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국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의 산업 생산량이 최대 6.5%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탈리아(5.7%)·오스트리아(3%) 등의 생산량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고조되는 에너지 위기에 유럽의 반러 연대도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각국이 8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가스 소비량을 15% 자발적으로 감축하되, 비상 상황이 되면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등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낮은 남유럽 국가들은 이 대책이 독일 등 일부 국가만을 위한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BBC는 “EU 에너지 장관회의에서 일부 회원국이 대러 제재 강화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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