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하는데..'백신·치료제·거리두기' 마땅한 묘안이 없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26일 브리핑에서 “현재 유행 상황에서 사적 모임 인원이나 시간 제한 같은 일률적인 제한 조치는 유행을 통제하는 효과가 없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9만9327명)가 석 달여 만에 10만 명에 육박했지만, 정부가 통제 중심의 국가 주도 방역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백 청장은 “치료제와 병상 확보, 그리고 취약시설 특별관리 등 맞춤형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백 청장은 “정부 주도로 해서 시간이나 인원을 제한하면 효과가 많이 감소한다”며 “일상 회복을 지속하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방역정책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국민이 2년 반 동안 쌓아온 경험에서 취득한 지혜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공동으로 ‘재유행 극복을 위한 국민행동수칙’도 발표했다. 수칙의 골자는 외출과 만남 줄이기, 마스크 착용·손 씻기 등 개인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방역 전문가는 “다른 대응책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거리두기 대책에 지나치게 선을 그었다”고 지적했다. 가장 효과적이라고 꼽히는 게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였는데 질병청이 지나치게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의 경우 이미 전 국민의 65%가 3차 접종까지 마친 상황이어서 유인책이 큰 의미가 없고, 먹는 치료제는 복용 금기 약물이 많아 일선에서 적극적인 처방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지적이다. 질병청은 코로나19 먹는 치료제(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106만2968명분 중 현재까지 사용된 건 약 30만 명분(지난 22일 기준)이라고 밝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의 역학적 특성이 갑자기 바뀌지 않기 때문에 방역 대응책도 새로운 것이 나오기 어렵다”며 “지금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책을 꺼내자는 건 아니지만, 너무 단호하게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염 확산이 이어지고 위중증·치명률이 높아져 사회적으로 피해가 커지면 결국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국민에게 이 부분을 미리 인지시켜 놓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엄 교수는 “국민과 미리 약속해 놓으면 나중에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 없이 바로 적용해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정부 주도의 거리두기를 도입하기 어려운 건 정부 말대로 효과가 없다기보다는 사회·경제적 피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당장 사적 모임이나 시간 제한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염 위험이 높은 워터밤이나 풀파티 등 행사라도 막는 정도의 노력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유행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7월 3주 주간 확진자가 전주 대비 84.7%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4주간 주간 확진자 수를 비교하면 5만9000명(6월 5주) →11만1000명(7월 1주)→23만 명(7월 2주)→42만 명(7월 3주)으로 ‘더블링’되고 있다. 한 사람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감염재생산지수(Rt)는 1.54로 직전 주(1.58)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4주 연속 1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1 이상이면 유행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유행 확산을 견인하고 있는 BA.5 변이 검출률은 56.3%(해외 유입 포함)로 집계됐다. 해외 유입을 제외한 국내 감염 사례에서는 49.1%를 기록해 우세종화(50% 이상)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우세종이 될 전망이다. 이날 위중증 환자 수는 168명으로, 지난 6월 2일(176명) 이후 54일 만에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고 1주일 전(19일 91명)과 비교해도 1.84배로 늘었다.
사망자는 직전 일과 같은 17명이다. 주간 단위로 보면 7월 셋째 주 신규 위중증 환자 수는 144명으로 전주 대비 102.8% 증가했고, 사망자는 127명으로 22.1% 증가했다. 7월 1주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수가 48명, 사망자 수가 62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은 이날 기준 21.8%의 가동률을 보여 아직은 여유가 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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