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 "이준석 징계, 윤 대통령 의중이란 의혹 제기될 것"

손국희 2022. 7. 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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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26일 대정부질문이 한창 진행 중이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회사진기자단이 이날 오후 4시13분 촬영한 사진에는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민감한 대화가 담겼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권 대행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권 대행의 휴대전화에는 메시지 발신자가 ‘대통령 윤석열’로 표기돼 있었다. 권 대행이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문자 입력란에 “강기훈과 함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적는 모습도 담겼다. 메시지에 등장한 ‘강기훈’은 1980년생 정치인으로 2019년 대안 우파 성향의 ‘자유의새벽당’ 창당을 주도했고 권 대행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안다고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는 이준석 대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뒤 전국을 돌며 장외 여론전을 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징계와 이후 여당 체제 정비 과정에 ‘윤심(尹心)’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던 차에 이날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되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징계 당일인 지난 8일 도어스테핑 당시엔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의 징계 배후에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있다는 추측만 무성했는데, 윤핵관도 아닌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중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행은 지난 8일 당 대표 대행으로 신발끈을 고쳐맨 지 18일 만에 코너에 몰렸다. 권 대행은 사진이 찍힌 뒤 4시간여 만에 입장문을 통해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며 “오랜 대선 기간 함께해 오며 이준석 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대행은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권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던 조기 전당대회론이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어떤 식으로든 권 대행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침묵 속에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울릉도를 방문 중인 이 대표는 대통령 메시지가 공개된 지 50분쯤 뒤 울릉도 발전과 관련된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뒤에서 몰래 당권 싸움을 진두지휘했다는 말인가.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징계에 관여했는지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같은 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생이 다급한데 대통령이 참으로 한가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 대표를 징계하고 내치는 데 배후 역할을 맡지 않으셨나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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