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인천·일산 '깡통전세' 빨간불 켜졌다
전국의 연립·다세대·주거용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8000개 단지에서 전셋값이 매맷값을 추월하는 ‘역전세’ 현상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태평양 감정평가법인의 온라인 부동산 시세추정 서비스 랜드바이저가 전국의 연립·다세대·주거용 오피스텔 28만개 단지(약 390만 가구)의 매맷값과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3%에 해당하는 8000개 단지에서 역전세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도별 역전세 단지 수는 경기(2984개), 인천(2087개), 서울(2031개)의 순서로 많았다. 역전세 단지가 차지하는 비율로는 인천(8.0%), 경기(3.8%), 대전(2.9%) 등이 높았다.
시·군·구별 역전세 단지 수는 경기 부천시(620개), 인천 미추홀구(462개), 인천 남동구(438개) 등의 순서로 많았다. 비율로는 경기 일산동구(14.3%), 인천 서구(9.7%), 인천 계양구(9.2%) 등이 위험 지역으로 분석됐다.
태평양 감정평가법인 데이터전산센터의 오성범 감정평가사는 “연립·다세대·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세대수와 거래량이 적어 적정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워 깡통전세 및 전세 사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가 넘는 ‘깡통전세’, 100% 이상인 ‘역전세’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떼일 가능성도 커진다. 역전세의 경우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어 보호가 더 어렵다.
정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에서 깡통전세 예방을 위해 ‘전세가율 급등 지역’을 사전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전세가율이 90%를 초과하거나 경락률이 전세가율보다 낮은 지역을 주의지역으로 지자체 등에 통보하고 특별관리에 나선다.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평균 68.9%로 집계됐다. 전남 광양(85.4%), 포항 북구(85.4%), 청주 서원구(84.1%), 경기도 여주(84.1%) 등 19개 지역이 전세가율 비율이 높다.
한편 26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788만원으로 지난달(6억7792만원)보다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월평균 전셋값이 떨어진 것은 2019년 4월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경기도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9161만원으로 지난달보다 45만원 하락했다. 2019년 6월 이후 3년 1개월 만에 첫 하락이다.
전세 매물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7985건으로 한 달 전(3만1591건)보다 12.8% 늘어났다. 경기도도 아파트 전세 매물이 한 달 사이 15.8% 늘었다.
전세 물건은 늘어나는데 금리 인상,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의 영향으로 재계약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은 하락하고 있다. 전·월세 신규 계약을 하거나 갱신권을 사용한 물건의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면 집주인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2년 거주)을 완화해주는 ‘상생 임대인’ 제도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리 인상의 여파로 월세 수요는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3%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월세보다 전세자금대출 월 이자가 더 높은 역전현상이 일어나면서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평균 719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셋값은 같은 기간 평균 1418만원 내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의 월세화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화·김원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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