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란 주도한 경찰대 겨눴다..이상민 "졸업하면 경위, 불공정"

문희철 2022. 7. 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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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마친 뒤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행정안전부가 이번에는 경찰대 개혁 추진을 시사했다. 소수의 경찰대 출신이 경찰 고위직을 대부분 차지하는 현상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안전부는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정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을 열고 “경찰대를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경위부터 출발하는 건 불공정하다”며 "8월 중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꾸려 경찰대 개혁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순경으로 임용된 경찰관이 경위까지 근속승진을 하려면 15년 6개월이 걸린다. 반면 경찰대를 졸업하면 바로 경위로 임용돼 주로 일선 파출소장이나 경찰서 팀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경찰대를 졸업하면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경위로 임관될 수 있다는 불공정한 면이 있다”며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도저히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 “언론에 등장하시는 분들은 다 경찰대 출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정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경찰대 개혁’을 들고나온 것은 경찰 조직의 승진 체계 ‘불공정성’을 지적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경찰국 신설에 대한 집단반발을 주도한 경찰대 출신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상민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언론에 등장하시는 분들은 다 경찰대 출신들이더라”며 “특정 출신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업무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도 “(입직 경로로 보면) 경찰의 96.3%가 순경인데, 순경 출신 경무관은 2.3%에 불과하다”며 “인사 불공정을 해소하라”고 지시했다. 또 “신설된 경찰국에서 인사와 경찰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전국 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 발령된 류삼영 총경(경찰대 4기)을 비롯해 회의 참석자 대다수도 경찰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지난 25일 출근길 언론 인터뷰에서도 전국 총경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회의 참석자들을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에 비유한 것이다.


윤 대통령 “인사 불공정 해소하라”


강인선 대변인이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상민 장관.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찰대는 역량 있는 경찰 간부 육성을 목표로 1979년 제정된 경찰대학 설치법에 근거해 1981년 개교한 4년제 특수대학이다. 지난해 37기까지 졸업했다. 학과는 법학과와 행정학과로 나뉘며 학년별 총원은 100명이다. 지난해 기준 입시 경쟁률은 92대 1에 이른다.

윤석열 정부는 경찰대 출신 고위직 독점 현상을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순경 출신 20%를 경무관 등 고위직에 발탁하는 건 윤 대통령 공약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경찰 사기진작 카드도 제시했다. 우선 보수 수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관계부처 협의체를 다음 달 가동하고, 10월까지 경찰 승진 기준을 개편하기로 했다. 또 경제범죄·군사경찰사건 관련 인력을 하반기 이내에 보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사연수원 증축, 수사 관련 학과 신설도 추진한다.


“지방 소멸 과제 중대…지방시대 구현할 것”


지난 정부에서 대거 확대된 공무원·위원회 규모. 그래픽 김은교 기자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한 지방시대 구현 방안도 담았다.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는 콘트롤 타워를 설립하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장·법인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방소멸 과제 해결은 중대한 문제”라며 “지방분권에 기반을 둔 지역균형발전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연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고, 중앙 정부의 규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한다. 또 기존 자치분권위원회·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해 가칭 지방시대위원회를 설치한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규제를 발굴해 신속하게 해소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 21일 세제개편안에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장·법인에 최대 10년간 소득·법인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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