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문란 두번 꺼낸 尹 "인사 불공정"..이번엔 경찰대 저격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국기 문란’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경찰을 겨냥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26일 도어스테핑에서 행전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며 “국방과 치안은 국가의 기본 사무이고 최종적인 지휘 감독자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집단 행동을 사실상 ‘명령 불복종’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 반발을 ‘12·12 쿠데타’에 비유한 것을 두고도 “저도 모든 국민과 마찬가지로 치안 관서장의 집단 행동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 장관의 표현은 그러한 국민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두둔했다.
경찰에만 ‘국기 문란’ 언급한 尹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도어스테핑에서도 경찰 치안감 인사가 번복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안부에서 검토한 뒤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가 밖으로 유출돼 번복된 것처럼 나간 건 아주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며 경찰을 질타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며 경찰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뒤 김창룡 경찰청장이 옷을 벗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경찰도 헌법과 법률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기 문란’과 ‘쿠데타’란 거친 표현들과 경찰의 집단행동이 부딪치며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 약 1시간 30분 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경찰 내부에선 총경급 회의를 경감과 경위가 참여하는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부터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독대 업무보고를 받았다. 오전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업무보고가 있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윤석열 정부의 ‘투 톱’ 장관들이 같은 날 시간만 달리해 윤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이 장관은 ‘경찰 운영의 정상화’란 표현이 담긴 경찰국 신설안을 중심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효율적 정부체계 구축 ▶공정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 구현 ▶재난·안전관리 혁신 등을 보고했다. ‘경찰국 신설안’에만 다른 보고 주제들과 달리 빨강색의 ‘당면 현안’이란 소제목이 붙었다.
경찰대 겨냥한듯, 尹 “경찰 불공정한 인사 개선하라”
이에앞서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한 장관에게 “법무행정의 최우선을 경제를 살리는 정책에 두기를 바란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법제를 정비하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 규정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를 고려한 비자 정책 유연화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서민 다중 피해 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 달라”며 “검·경간 효율적 협력 체계를 신속하게 완성하고 국세청·관세청·금감원·공정위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한동훈 “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
한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이민청 설립 및 법제 개선 ▶인권보호 법무행정 ▶부정부패 엄정대응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법의 개정 필요성 등을 보고했다.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관심을 끌었던 사면과 관련한 논의는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은 국민 대통합과 경제살리기란 사면의 기본적 틀만 세워둔 상태”라고 전했다. 한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뒤 기자단과의 브리핑에서 “사면은 오늘 보고 대상이 아니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제가 사전에 말씀드리는 건 부적절하다”며 다른 이슈들과 달리 사면에서만 유독 말을 아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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