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지금 아프리카 가서 귓속말..美 약올리는 '푸틴 오른팔'

전수진 2022. 7. 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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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란듯 25일(현지시간) 달콤한 귓속말을 나누는 러시아와 콩고의 외교장관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지 만 5개월이 지났지만 출구는 요원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으로 치닫고 있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쳐가고 있는가”라는 제목들의 기사를 게재했다. 반면 러시아는 분주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의 행보는 전시 아닌 평시를 방불케한다. 25일부터 외신은 라브로프 장관이 이집트를 시작으로 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하는 사진들을 연이어 송고하고 있다.

사진 속 라브로프 장관은 콩고의 카운터파트, 장 클로드 가코소 외교장관에게 귀엣말을 하면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앞서 송고된 사진에선 이집트의 사메 슈크리 외교장관에게 악수를 건네며 환히 웃고 있다. 전쟁이 한창인 국가의 외교 장관이라기엔 여유롭고 환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그는 외교관이면서도 처한 입장이나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비외교적인 제스처도 서슴지 않고 구사한다. 영국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막기 위한 중재자 역할로 방러했을 때도, 트러스 장관이 바로 옆에 서있는 상황에서 ”바보와 청각장애인 사이의 대화 같았다”는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깍듯한 라브로프 장관. 콩고의 대통령을 만나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가 직접 25일 배포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영국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과 만난 라브로프. 표정이 좋지 않다. 로이터=연합뉴스


라브로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른팔로, 외교장관만 18년 해온 대표적 베테랑 외교관이다. 그런 그가 지금 이 시점에 어프리카 순방을 택한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먼저, 미국과 유럽연합(EU)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對) 러시아 제재로 자유로운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EU 보란듯 아프리카 정부 당국자들과 손을 잡는 일종의 약올리기 외교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가 라브로프의 이번 방문을 두고 “러시아의 선전선동 머신이 아프리카를 돌기 시작했다”고 전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둘째는 보다 실용적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공급망을 교란하고 가스 및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것을 두고 러시아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아프리카 대륙에선 ‘러시아의 대표적 수출품은 배고픔(hunger)’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불만을 라브로프가 직접 달래기 위한 것이 이번 방문의 주요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2월24일 시작됐다. 겨울에 시작해 봄을 지나 한여름에 치닫고 있으나 전운은 여전히 짙다. 이코노미스트는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에 대규모 반격을 도모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수 있으나, 섣부른 선제공격은 소모전을 격화할뿐”이라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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