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해마다 두세 번의 코로나 유행 있을 듯"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 늘어나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1주일 전(81명)의 1.77배인 144명을 기록한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입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되었다. 불과 한 달여 전이 6월만 해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만 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안정적 상태로 유지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코로나 재유행이 가을 이후에 일어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의 유입으로 재유행이 빨라졌고, 26일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여 명에 다다르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코로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5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엄 교수와의 일문일답.
-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의 유행으로 하루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었는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지금 확진자가 나오는 추이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한 2주 전부터 재유행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거고, 정점을 향해서 (가기 시작하면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기간이 된 거죠. 그래서 예상대로라면 이번 주에는 확진자가 하루에 10만 명이 넘는 날이 나올 것 같고 빠르면 3주 길면 4~5주 사이에 정점이 될 것 같아요."
- 실제 감염자를 확진자의 두 배로 보는 것 같은데, 두 배 이상일 수도 있을까요?
"보통 감염병이 생기게 되면 무증상 상태거나 증상이 굉장히 경미하기 때문에 진단받지 않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해요. 그런데 최근에는 증상이나 징후가 확실해도 자가검진을 한 뒤에 본인의 상황에 따라서 확진 검사를 할 건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무증상자나 아니면 검사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사람들까지 포함시켜 보통 2배 많을 때 한 3배까지 추정하거든요. 즉, 지금 두 배는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 감염자가 많으면 안 좋을 것 같아요. 확진자는 자가격리하지만, 감염자는 자신의 상태를 명확하게 모르니까 돌아다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일단 진단이 제대로 안 되면 실제 유행 규모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유행의 규모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예를 들어 병상부터 시작해서 의료 자원을 얼마나 준비하고 어떻게 배분해야 될지에 대한 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지기 어러워요. 그러다 보면 당연히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단점이 있는 거죠."
- 그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죠?
"이전에 오미크론 BA.1, 2가 유행할 당시, 기존의 3T(정확한 진단과 역학조사, 신속한 치료) 전략을 중단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국민의 정서 아니면 생각들을 과거와 같은 형태의 진단 체계나 진료 체계로 다시 돌리기에는 좀 쉽지 않게 됐어요. 그리고 과거와 같이 어떤 특정한 장소나 공간들을 정해놓고 진단하고 치료하는 체계는 지속성에선 문제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환자가 많이 줄었을 때는 그것을 줄이고 늘어나면 또 늘리고 하는 것들이 인력을 관리하거나 예산을 관리하는 데 쉬운 건 아니에요. 지금 상태에선 1차 병원이나 2차 병원들이 중증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코로나19 환자들의 진단이나 치료를 책임지는 형태로 변화해야 지속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고요. 그러면서 실제 진단 체계는 PCR과 같은 체계로 전환하는 게 조금 더 정확도를 높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선별진료소가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요.
▲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
ⓒ 엄중식 제공 |
- 감염 재생산 지수가 1.58이던데 높은 거죠?
"높죠. 이 정도면 상당히 높은 편이고 사실은 이 1.58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큰데 그렇게 되면 본격적인 증가 속도가 굉장히 더 빨라질 거예요. 정점을 향해서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 될 거예요."
- 정점이 빨리 온다는 건데... 그게 좋을까요, 나쁠까요?
"속도가 빠를수록 중환자 대응 역량이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일주일 사이에 중환자가 1천 명 생기는 것과 3일 동안 중환자가 천 명 생기는 건, 같은 천 명이 생기더라도 대응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일단 중환자의 진단과 이송부터가 문제가 되거든요. 환자가 너무 많이 늘었을 때는 이송 중에도 사망하고 응급실 도착해서 사망하고 집에서 사망하는 일이 생기잖아요. 그런 환자를 발견하고 이송하는 데에도 상당한 위험이 증가하게 되고 또 늦게 발견되는 환자들이 상당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럴 때는 치료의 결과도 나빠지죠. 그래서 사망자가 더 증가하는 경향을 띨 수 있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게 너무 많은 확진자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지 않도록 유행의 규모를 줄이고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이기에, 거리두기를 이용했던 거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걸 쓸 수가 없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감염자 생산 수가 더 높아지고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오는 상황이 되면 이전에 경험했던 곤란한 상황들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거죠."
- 지금 의료 체계는 감당이 가능한가요?
"지금은 감당 가능하죠. 지금은 중증 병상도 1천 개 이상, 1400개까지 확보를 다시 하겠다고 얘기가 되어 있고 현재는 중증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환자가 140명대예요. 전체 중환자 병상의 10% 정도라 아직은 여력이 있는 상황인데... 중환자가 너무 빨리 늘어나게 되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 교수님 인터뷰 보니까 고위험군에서 재감염됐을 경우 사망률이 높다고 하던데 왜 그런가요?
"미국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니까 BA.5에 재감염된 고위험군의 경우 다시 입원할 확률이 2~3배까지 올라가고 사망률도 그만큼 올라간다는 데이터가 있더라고요. 물론 어떤 원리에 의해서 그렇게 입원율이 올라가고 사망자가 늘어나는지에 대해 명확하지는 않지만, 재감염된다는 것 자체가 면역 저하가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죠. 첫 번째 감염됐을 때 여러 가지 주요 장기에 데미지를 받았던 사람이 두 번째 감염을 경험하면 그런 데미지들이 누적되기 때문에 사망하는 것은 아닐까란 추정은 가능하겠죠."
- 고위험군에 한정된 걸까요?
"주로 고위험군이 그렇다고 보고는 되어 있습니다. 고위험군이 아닌 정상적인 면역의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들은 재감염이 된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BA.2.75도 있잖아요. 이건 BA.5보다 전파력이 강한 걸로 알려졌죠. 근데 우리나라에 BA.2.75가 들어왔지만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진 않는 것 같거든요. 왜일까요?
▲ 7만3천582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 83일 만에 최다를 기록한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소독액을 분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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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외국에서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건가요?
"글쎄 제가 좀 더 찾아봐야 하는데요. 이 두 가지 변이 바이러스가 같은 시기에 같은 지역에서 동시에 유행해서 어떤 유행 양상을 보였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그 다음에 양쪽의 전파력을 실험실 수준에서 증명한 것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런 것 아니냐고 추정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많이 봤죠."
- BA.2.75와 BA.5가 같이 유행할 경우 쌍봉형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 그건 확인이 되지 않는 건가요?
"그것도 가정이죠. BA.2.75가 BA.5보다 전파력이 확실히 강하다면 쌍봉형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BA.2.75가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거나 소규모 유행을 한 다음에 BA.5가 다 주도하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지금으로선 어느 쪽이 될지 알기 어렵습니다."
- 정부의 방역 지침은 어떻게 보세요?
"정부 방역 지침이라는 게 새로운 게 없어서 평가하고 말고 할 게 없어요. 저는 어떤 형태든 다 좋은데 상황이 나빠졌을 때 대한 가이드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유행 상황이 나빠졌을 때 거리 두기를 계속 안 하는 건 제가 보기에 굉장히 위험한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나빠지는 상황에 대해서 정부가 앞으로 어떤 지침을 적용할 건지에 대해서 사전에 계획을 수립하고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 정부는 거리두기를 비과학적으로 보는 것 같은데요.
"정치인들은 일부 그렇게 얘기한 사실이 있지만 중수본이나 질병관리청이 거리 두기를 비과학적이라고 단언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좀 봐야 되겠지만요. 거리두기가 비과학적이냐면, 아니죠. 거리두기만큼 강력한 방어 방법이 없죠. 그런데 지금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최근에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 BA.1, 2부터 시작해서 BA.5는 거리두기를 웬만큼 해선 전파 차단이 어렵기 때문이죠. 거리두기를 할 경우에는 정말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거거든요. 그거하고 중환자 사망자를 맞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안 하는 거지 비과학적이라고 해서 안 하는 건 아닙니다."
- 그럼 언젠가 거리두기 해야만 할 시점이 올까요?
"우리가 대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유행한다면 현재 상태에서 버틸 수 있겠죠. 그런데 그렇지 않고 만약 우리가 준비한 것보다 월등히 많은 중환자가 발생하거나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 적절한 의료체계 대응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이 됐을 때는 거리 두기를 해야 되거든요. 그 시기를 언제로 할 건지에 대해서 기준을 결정하고 사전에 국민에게 알려야 된다는 얘기예요."
- BA.5는 면역 회피율이 높다던데, 그래도 백신을 맞아야 하나요?
"고위험군들은 4차 접종을 반드시 해야 된다고 봐요. 위중증 진행 감소 효과가 충분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고위험군에서는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예측이 되거든요. 위중증 환자 발생 비율을 줄이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고위험군들에는 백신 접종 그리고 빠른 항바이러스제 투여 이 두 가지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지금 통계적으로 보면, 1년에 2.5회 정도의 유행을 경험하는데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계속 반복적으로 유행하면서 감염된 사람이 늘어나고 좀 더 장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백신이 개발되면 조금 더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해요. 하지만 당장 그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결국에는 당분간 몇 년은, 적어도 1년에 두 번씩의 유행을 경험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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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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