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 697억..금고열쇠 슬쩍, 1년 무단결근도 몰랐다
우리은행 직원의 8년간 횡령 금액이 약 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에 적발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외에 두 건의 횡령 혐의가 추가되면서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 전모씨는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했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이같은 ‘우리은행 횡령사건’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28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두 달 동안 검사를 벌여왔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전씨의 범행은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의 출자전환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빼돌리면서 시작했다. 출자전환주식은 은행이 기업에 대출한 돈을 회수하지 않는 대신 대출 금액에 해당하는 기업의 주식을 받는 것이다. 이 주식은 전씨가 업무상 직접 관리했다.
그는 이 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현물로 인출하기 위해 팀장의 금고 열쇠까지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인출을 하려면 금고 안에 보관된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금고를 열 때 반드시 2개의 열쇠가 있어야 하는데 이 중 한 개는 본인이 관리했고, 다른 한 개는 팀장이 보관했다. 전씨는 팀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팀장의 자리에서 금고 열쇠를 훔쳐 OTP를 꺼냈다. 이후 한국예탁결제원에 직접 가 주식 현물을 수령한 뒤 현금화 해 친동생의 증권 계좌에 23억5000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액 중 가장 규모가 큰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614억5000만원)은 3차례(2012년 173억원, 2015년 148억원, 2018년 293억원)에 걸쳐 빼돌렸다. 계약금을 빼내기 위해 전씨는 위조한 문서에 우리은행장의 직인도 사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씨가 다른 결재 문서에 사용하겠다고 은행장 직인 사용을 신청한 뒤 위조문서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의 매각 계약금(59억3000만원)도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4차례(2014년 56억원, 2017년 1월 8000만원, 2017년 11월 1억6000만원, 2020년 9000만원)에 걸쳐 횡령한 혐의도 추가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일단 통장을 관리하는 담당자와 현금을 인출할 때 필요한 직인을 보관하는 담당자를 분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2011년 11월부터 사고가 드러난 2022년 4월까지 중간에 1년 정도 지점 근무를 한 것을 제외하면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장기근무 해왔다. 더욱이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는 부서장에게 ‘외부 기관에 파견을 가게 됐다’고 허위로 구두보고 한 뒤 1년간 무단결근을 했는데 아무도 적발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 직원들도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황당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가 허위로 만든 문서에 적힌 출금액과 실제 출금전표의 액수가 달랐지만, 결재 과정에서 아무도 이상 거래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도 확인됐다.
횡령한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해선 금감원 관계자는 “3분의 2 정도가 전씨의 친동생 명의 증권 계좌로 유입돼 주식, 선물옵션 거래 등에 사용됐고 나머지는 친인척의 사업 자금 등으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며 “횡령한 돈의 사용처와 환수 가능 금액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쳐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확보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사고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의 범위와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제재 담당 부서와 상의해 결재 라인의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고 어떤 법의 적용을 받게 될지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장기간 걸쳐 진행된 금융사의 횡령 사고를 금감원이 발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 부원장은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시스템과 지배구조를 위주로 검사하기 때문에 개별 사건을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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