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지적하면 '꼴페미' 공격"..'성폭행 추락사' 인하대서 대자보

이보람 2022. 7. 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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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교내 게시판에 지난 25일 성차별적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소셜미디어 캡처=연합뉴스]

캠퍼스 내 학생 성폭행 추락사 사건이 발생한 인하대에서 성차별적 대학 문화를 비판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잇따라 게재됐다.

인하대생 A씨는 지난 25일 교내에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자필 대자보를 붙였다.

이 학생은 “이번 사건으로 실추된 ‘위신’은 무엇이냐. 이 학교에서 공공연하게 떠드는 이들의 위신은 너무 무겁게 다뤄지지만 반면 숨죽여 말하는 이들의 위신은 너무 가볍게 다뤄진다. 누구는 ‘갑자기’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잠재적 가해자’로 불려서, ‘입결과 학벌’이 떨어져 ‘남성’으로서, ‘대학생’으로서 위신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이들은 공공연히 자기 체면이 무너져 화가 난다 떠든다”고 지적했다.

또 “남자 의대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우들을 성희롱하고 총학생회 남후보가 여학우를 스토킹했을 때도 누군가는 성급히 일반화하지 말고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과거 인하대에서 발생했던 성폭력 사건을 언급했다.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성폭행 추락사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심석용 기자

A씨는 “학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화를 지적하면 ‘꼴페미’, ‘메갈X’으로 공격당할까 봐 검열하는 사람들, 이윤을 우선시한 학교 측 조치로 해고당했을 경비 노동자들, 그들은 화가 나도 참고 숨죽여 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마주한 사건은 평등한 학교, 안전한 학교를 세우는 일이 시급한 과제를 넘어 뒤늦은 과제임을 분명히 말한다”며 “판을 갈 때다. 오늘날 학교가 맞은 위기는 무엇을 우선 말하고, 우선 듣고, 우선 답해야 하는지 가리지 못해 벌어졌다. 뻔하고 시끄럽기만 한, 내용 없는 소리가 아닌 대안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A씨 대자보가 붙은 이튿날인 26일에는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제목의 또 다른 대자보가 붙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학생 B씨는 이 대자보에서 “인하대 내부는 물론, 여러 대학가에서 여성이 모욕당하고, 물리적,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 끔찍한 장면을 목도하고도 우리는 개인의 일탈, 숨기고 묻어야 할 끔찍한 오류로 치부하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 A(20)씨가 지난 2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인하대 단과대학 건물에서는 지난 15일 새벽 한 여학생이 같은 학교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준강간치사 등 혐의로 가해자인 인하대 1학년생 A(20)씨를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인하대는 학칙에 따라 A씨의 징계 절차에 착수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와 성교육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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