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늘어난 '침묵의 살인자'..20년뒤엔 간암 사망자도 제친다

황수연 2022. 7. 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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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췌장암 환자와 사망자가 20년 뒤 두 배가량 늘어 간암을 제칠 것이란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 한성식 센터장과 박형민 전문의, 암등록감시부 정규원 부장은 2040년까지 간담도췌장암(간암ㆍ담낭암ㆍ담도암ㆍ팽대부암ㆍ췌장암)의 발생률과 사망률 변화 양상을 예측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이런 암에 국한해 발생률과 사망률을 장기로 예측한 연구는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국립암데이터센터의 암 등록 데이터(1999~2017년 발병률)와 통계청의 사망률(2002~2018년)을 바탕으로 연령ㆍ기간ㆍ코호트 분석법을 이용해 간담도췌장암의 그간 발생률과 사망률의 변화를 분석한 뒤 2040년까지를 예측했다. 그 결과 5개 암의 환자와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하는데 그 중에서도 췌장암 환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췌장암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연구팀이 5개 암의 1999~2017년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 발생률을 살펴봤더니, 간암은 해당 기간 25.8%에서 13.5%로 준 반면 췌장암은 5.6%에서 7.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표준화 분석은 인구 구조가 다른 집단 간 사망과 발생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연령 구조가 미치는 영향을 제거하고 계산하는 걸 말한다. 같은 기간 담낭암은 2.9%에서 2.6%로 소폭 줄었고, 담관암은 5.1%에서 5.9%로 소폭 증가했다. 바터팽대부(담관·췌장관이 십이지장과 연결되는 부위)암 발생률은 해당 기간 0.9%로 동일했다.

췌장암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같은 방식으로 5개 암종의 2002~2018년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봤더니, 다른 암종은 모두 감소했는데 췌장암만 5.5%에서 5.6%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남성에선 사망률이 감소했는데 여성에서 증가한 영향”이라며 “원인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약 20년 뒤인 2040년 5개 암종의 환자와 사망자를 예측했다. 그 결과 5개 암종의 환자가 모두 늘 것으로 전망됐지만, 특히 췌장암에서의 증가가 뚜렷해 환자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암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췌장암 환자는 2017년 7032명에서 2040년 1만6170명으로 2.3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간암은 1만2080명에서 1만3089명으로 1.1배가량 증가하는 것과 차이 난다.

최신 국가 암 등록 통계(2019년)에 따르면 간암 환자(1만5605명)는 췌장암 환자(8099명)의 약 2배 수준인데, 20년 뒤에는 췌장암 환자가 간암 환자보다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외 담관암(5958명→7964명), 담낭암(2601명→4038명), 바터팽대부암(834명→ 1376명) 등도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2040년 췌장암 사망자는 1만1023명으로, 2018년(6006명)과 비교해 역시 약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암종(담관암 7928명, 간암 6037명, 담낭암 2391명, 바터팽대부암 536명) 예측치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간암의 경우 2018년(7769명)과 비교해 사망자가 오히려 소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한성식 간담도췌장암센터장은 “췌장암이 향후 간담도췌장암의 사망률을 이끄는 암이 될 것”라며 “발생률이 늘어남에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고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10~20년 내 췌장암 환자가 늘 것에 대비해 예방·진단·치료 전반에서 의료계 및 정부 차원의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3.9%로 전체 암 생존율(70.7%)의 5분의 1 수준이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하지만, 췌장암 환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5년 안에 사망한다는 얘기이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복통 등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진행된 상태다. 치료법은 수술인데, 진단 시점에 수술 가능성은 20% 미만으로 낮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이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2002년 월드컵 영웅인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국내 암 환자 전체로 보면, 췌장암 환자는 발생자 수로 상위 8번째 정도이다.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환자가 가장 많았던 암은 갑상샘암이었고 이어 폐-위-대장-유방암 순이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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