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해외 투자 4800조 끌어올 때..한국은 -407조
지난 20년간 미국으로 4조 달러 가까운 해외 투자가 순유입되는 동안, 한국에선 3100억 달러 넘게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들이 원가 절감이나 현지 시장 확대 등을 이유로 해외 투자를 확대할 때, 해외 자본은 한국의 투자 환경이나 시장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00년 이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ODI, 국내→해외) 및 외국인직접투자(FDI, 해외→국내)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투자 순유출은 3105억 달러(약 407조원)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3조7163억 달러(약 4874조원), 영국은 9685억 달러(약 1270조원)가 순유입됐다. 경총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통계를 바탕으로 추산한 자료다.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ODI 누적액은 5301억 달러(약 694조원), FDI 누적액은 2195억 달러(약 287조원)였다. 한국의 ODI 증가율은 2465.7%로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12%였는데, 경제 성장을 고려한 투자 증가율을 분석하면 ODI 증가율은 GDP 대비 11.6배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총 측은 한국의 해외 투자가 빠르게 증가한 배경에 대해 “경쟁국보다 내수 시장이 협소하고 시장 규제가 과도하며 조세 경쟁력도 취약해 국내 투자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의 내수 시장 규모는 한국보다 13.7배 크다는 게 경총 측의 설명이다. 일본과는 3.2배, 독일 2.3배, 영국 1.7배의 차이가 난다.
반면 FDI 증가율은 GDP 대비 2.4배로,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보다 낮았다. 각국의 투자 유입 대비 투자 유출 규모(FDI 대비 ODI 배율)를 비교했더니 한국은 2000년 0.49배로 G7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2.1배까지 높아져 일본(7.72배) 다음으로 커졌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투자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한국 기업의 ODI가 빠르게 증가한 데는 해외 시장 개척 등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 투자 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기인하는 부분도 크다”며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의 투자 총량을 키우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노동, 안전·보건, 환경 분야에 규제가 산재해 있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주 52시간제 같은 노동 정책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법인세 최고세율도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28위였지만, 올해 9위로 급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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