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남 사진전 '월미도 로망 쓰'

라동철 2022. 7. 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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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월미도는 묘한 공간이다.

다음 달 1일부터 14일까지 인천 중구 경동 갤러리 부연에서 열리는 전시는 작가가 지난 4년 간 월미도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포착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인천문화양조장 우각홀에서 열린 '월미도 로망 쓰'전의 본 전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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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갤러리 부연에서 8월 1~14일
키치적 시선으로 조명한 월미도의 현재와 역사

인천 월미도는 묘한 공간이다. 반달 모양의 섬이었으나 1920년대 돌축대를 쌓아 내륙과 연결되면서 섬의 지위를 잃었다. 개화기 땐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 열강들의 각축장이었고 일제 강점기엔 고급 휴양지가 이곳에 자리를 틀었었다. 6·25전쟁 때는 인천상륙작전의 전초지였고 이후 미군이, 뒤를 이어 우리 해군이 주둔했던 군사 요충지였다. 해군이 이전하면서 50여년 만에 민간의 발길이 허용된 이곳은 1980년대 이후 각종 놀이·유흥·숙박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인기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서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공간이지만 지금은 서민들이 즐겨 찾는 위락형 관광지로 소비되고 있다.

사진작가 고정남(58)의 개인전 ‘월미도 로망 쓰’는 이런 월미도에 바치는 헌사다. 다음 달 1일부터 14일까지 인천 중구 경동 갤러리 부연에서 열리는 전시는 작가가 지난 4년 간 월미도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포착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전깃줄이 어지럽게 하늘을 가르는 거리와 그 너머의 원색 놀이시설, 빨간색 관광버스 한 대와 소형 차 몇 대만 주차된 채 비어있다시피 한 노후 주차장에서 두 노인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 동전 야구연습장 철망 밖에서 젊은 여성이 남자친구를 응원하는 장면, 여객터미널 창밖을 내다보며 월미도-영종도 구읍나룻터를 오가는 여객선을 기다리고 있는 커플, 빨간 페인트칠이 된 바닥에 산산이 부서져 뒹구는 수박 파편들….


월미도에 가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할 것 같은, 그야말로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장면들이다. 작가는 키치(Kitsch)적 시선으로 낭만과 자유, 환상이 교차하는 공간 월미도의 현재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평범한 인물과 장면, 일상들을 무심한 듯한 시선으로 담아냄으로써 그 공간의 역사성과 그곳에 얽힌 기억들을 소환해 온 작가의 특성을 이번 전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전시 리뷰어 정은정은 “‘월미도 로망 쓰’는 과거에 갇힌 월미도의 역사가 아닌 과거에 기대 열려 있는 현재의 역사를 묘사한다”며 “그리하여 자연의 시간에 무력한 인간과 인공의 역사가 유원지의 재건과 부흥에 대한 열망 속에서 환상의 낭만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2021년 인천문화재단 인천형예술인 지원사업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해 11월 인천문화양조장 우각홀에서 열린 ‘월미도 로망 쓰’전의 본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월미도의 역사와 현재를 폭넓게 조망하는 사진집도 선보인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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