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노동개혁 변죽만 울리고 비전 전략 안 보인다"

김기찬 2022. 7.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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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의지만 있고, 비전과 전략이 안 보인다." "노동계 반발이 우려되는 노동개혁은 시도조차 않을 방침을 드러냈다."

전직 장관, 학계·법조계 등의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다.

일자리연대(상임대표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는 26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동개혁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뒤에는 전문가들이 연명으로 작성한 '경제위기 돌파, 노동개혁을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일자리연대는 전직 장관, 학계·법조계·전문가 등 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일자리연대 상임대표)이 지난해 8월 10일 오전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만민토론회 운영위 주최로 열린 '끝없는 타락 노동운동 해묵은 숙제 노동개혁'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입장문에서"지난 5년간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권의 친노조·반시장적인 정책으로 경제의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민생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경직된 노동 관련 법제와 정책은 물론 불합리한 행태들을 과감히 개혁하지 않고서는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일자리연대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분석하고 조언을 했다. 일자리연대는 우선 "정부가 노동개혁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현실에 맞는 노동시장 유연안전화 모델의 구축을 위한 치열함은 물론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를 근절해 법과 원칙이 통하는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산업생태계적 접근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일자리연대는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는 강한 것으로 보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비전과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국제기준과 우리 현실을 고려한 노동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추진 로드맵을 작성해 단계적 실천전략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 방안으로 일자리 연대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노사 양 당사자의 협상장이 아닌, 전문가 중심의 노동개혁 추진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노동개혁을 대통령 프로젝트로 설정하고 대통령이 실질적인 사령탑이 되어 강력하게 추진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도 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자리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 사진 일자리연대


이날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이채필 전 노동부 장관은 "인내와 설득, 요구와 지지를 잘 버무려야 하는 노동개혁은 성급해서도, 비겁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이 우려되는 노동개혁은 시도하지 않을 방침을 드러냈다"며 "성역없는 노동개혁의 스케일이나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임금체계 개편이나 주 52시간제 보완책을 추진할 뿐 전투적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기 위한 방안 등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전 장관은 "노동개혁을 하려면 정공법과 총력전으로 부딪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발제문에서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고용보호제도와 연공서열에 묶인 경직적 임금체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 신산업으로의 구조조정에 심각한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특성을 간과한 주 52시간제, 정리해고에 대한 규제, 임금조정 없는 정년 연장, 플랫폼 경제에 무리한 근로자성 적용 등을 걸림돌 정책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주 52시간제, 정년연장, 파견법, 기간제법 등은 대표적인 획일적 규제로 생산성과 고용 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역할을 법 제정과 엄정 집행으로 제한하고, 노사의 자율적인 협상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개입은 협력 대신 대립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변질시키는 문제를 낳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토론에 나선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은 당면한 경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단기정책과제일 뿐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장기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는 "정규직 중심주의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며 "유연하고 다층적인 임금·고용·인사제도가 보편적인 것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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