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이어 유럽 시장까지..진격의 'K-방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대혼란에 빠졌지만 남몰래 웃는 기업이 있다. 바로 방산업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한화디펜스 등 국내 방산업체들은 저마다 탄탄한 무기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를 늘리면서 ‘K-방산’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이다. 때마침 윤석열정부도 방산 수출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면서 방산업계 기대가 크다.
▶尹 대통령 방산 세일즈 눈길
▷폴란드 대규모 무기 수출 눈앞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9~30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방산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인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앤서니 노먼 알바니지 호주 총리 등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방산 수출 성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조만간 폴란드 정부와 FA-50, K2 전차,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등 10조원이 넘는 방위 산업 분야 수출 업무 협약(MOU)이 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폴란드 공군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보유한 옛 소련제 미그-29 전투기 상당수를 공여했다. 이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당 4000만달러(약 500억원)짜리 한국산 FA-50 구매를 추진 중이다. 폴란드는 당초 미국 록히드마틴의 F-16 도입을 준비했지만 세계 각국의 F-16 구매계약이 몰리면서 인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 FA-50으로 눈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호주에도 한화디펜스의 차세대 전투장갑차 레드백 수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호주는 레드백 등 전투장갑차 도입 사업 시험평가를 마치고 올 하반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뒀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정부가 추진하는 방산 수출을 포함해 세계 3~4위권 방산 대국 진입을 목표로 수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방상호조달협정(RDP)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도 방산업계에 호재다. RDP는 미국 국방부가 동맹국, 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다. 무역 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협정으로 ‘국방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린다. 방산업계에서는 한미 RDP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수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때마침 우리나라 국방비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방비 지출이 연평균 8.8% 증가했고, 2025년 국방비는 67조6000억원으로 올해(56조5000억원)보다 11조원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 전력 확보를 위한 무기 개발, 구입 비용도 올해 18조2000억원에서 2025년 23조6000억원으로 5조원가량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손꼽히는 방산 대국 위상을 갖췄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2021 세계 방산 시장 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 5년간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무기 수출 규모가 많다. 미국이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에 올라 있고 러시아, 프랑스, 독일, 중국, 영국, 스페인, 이스라엘 등이 뒤를 잇는다.
방산 수출도 증가세다. 한국 기업들의 방산 수출 규모는 2020년까지만 해도 연 30억달러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7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등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면서 수출 규모가 급증할 전망이다. 연말 기종이 선정될 노르웨이 차기 전차 사업, 말레이시아와 콜롬비아의 FA50 경공격기 도입 사업 등에서 한국 방산업체 수주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한국 기업들의 방산 수출이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해 세계 5위권에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방산업체 수주 확보 안간힘
▷KAI 연말 수주 잔액 20조원 달할 듯
절호의 기회를 맞은 방산업체들은 저마다 수주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KAI의 올해 신규 수주는 4조78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43% 늘어날 전망이다. 연말 수주 잔액은 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는 폴란드 신규 수주뿐 아니라 이라크 훈련기 후속운영지원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라크에 수출한 훈련기 T-50IQ 후속운영지원 사업으로 2025년 2월까지 훈련기 정비, 군수 지원, 군수품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번 사업의 계약금액은 3억6000만달러(약 4700억원) 규모다. 이를 통해 이라크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유도무기, 레이더 등을 만드는 LIG넥스원 수주도 매년 증가세다. 2018년까지만 해도 5조6507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2020년 7조3000억원, 지난해 8조3000억원대로 급증했다. LIG넥스원은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와 함께 올 초 아랍에미리트와 국내 방산 역사상 최대 수출 규모인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 계약 잭팟을 터뜨렸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인 ‘천궁-II’ 수출 계약이다. 천궁-II 수출 계약 이후 유럽 주요 국가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정밀타격, 감시정찰무기 등 해외 신규 수주가 늘면서 올해 말 LIG넥스원 수주 잔고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통 방산 강자’로 불리는 한화그룹은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를 주축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다. 포병 시스템, 장갑차 전문기업인 한화디펜스는 2001년 K9 자주포 터키 수출을 시작으로 수주 경쟁력을 높인 덕분에 올 2월 이집트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을 공급하는 2조원짜리 ‘K9 패키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방위 시장에도 진출해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에 K9 자주포를 수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EU 국가마다 방위비 증액 계획을 내놓은 만큼 향후 EU 수주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한화그룹의 또 다른 방산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최근 세계 3대 에어쇼 중 하나인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 참가해 방산 기술을 뽐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탑재용 레이다 기술과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등의 대공방어체계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그룹은 여세를 몰아 올해부터 2026년까지 방산, 우주항공 분야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방산업체 수주가 늘면서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KAI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6% 급증했다. 증권가는 올해 KAI 매출이 2조9663억원, 영업이익은 165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 185%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덕분에 약세장 속에서도 주가가 날개를 달았다. KAI 주가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3만원대 후반에 그쳤지만 최근 5만원대를 넘나들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LIG넥스원 주가 전망도 밝다. 증권가들이 내놓은 LIG넥스원 평균 목표주가는 11만3250원으로 최근 주가(7월 20일 종가 7만4400원) 대비 상승 여력이 60%가 넘는다. LIG넥스원 주가 전망이 밝은 것은 실적 호조 덕분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505억원으로 전년 동기(128억원) 대비 4배가량 급증했다.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1674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할 전망이다.
군용탄업체 풍산을 자회사로 둔 풍산홀딩스 전망도 괜찮다. 러시아산 포탄을 한국산으로 대체하려는 국가가 늘면서 풍산홀딩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한화시스템도 올 1분기 매출 4296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방산주는 대북 리스크가 불거질 때 반짝 오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무기 수요가 증가한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요 산업이 휘청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한국산 무기 인기 이유는
▷지정학·가성비 등 대내외 호재
K-방산 제품이 주목받은 배경은 크게 3가지다.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다급해진 국제 정세, 한국 무기가 자랑하는 뛰어난 가성비, 그리고 한국의 독특한 지정학적 특성이다.
우선 국제 정세의 변동이다.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긴장감이 높아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 시대가 저물고 여러 열강이 충돌하는 ‘신냉전’ 시대로 돌입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전쟁 억제자 역할을 맡던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자 눌러왔던 갈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주변 동유럽 일대를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등 곳곳에서 전운이 감돈다. 무력 충돌에 대비해 각국은 무기 구입을 대폭 늘려왔다. 수요 증가와 함께 시장이 커졌다. 무기·방위 산업 전문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군비 지출은 2조1130억달러(약 2683조원)로 2020년보다 0.7% 증가하며 2조달러를 처음으로 넘었다.
한국산 무기의 뛰어난 ‘가성비’도 인기 요인이다. 해외에서 한국산 무기는 ‘성능은 독일제의 80%인데, 가격은 절반’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싼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아 무기를 사려는 수요가 많다. 특히 분쟁이 잦은 중동·아프리카부터 최근 긴장감이 감도는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 국가 재정이 빈약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비싼 서방 국가 무기 대신 한국산 무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검증된 무기들은 이미 수출이 활발하다. 노르웨이, 이집트, 터키 등이 사간 자주포 ‘K9 썬더’의 경우 가격이 경쟁 제품인 독일 자주포 ‘PzH2000’ 대비 절반 수준이다. 대전차 미사일 ‘현궁’은 대당 가격이 경쟁 제품 미국 ‘재블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이다. 분단국이라는 현실, 그리고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가 한국 무기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한국은 아직 ‘휴전’ 중인 국가다. 적국인 북한과 총을 맞댄 ‘전선’이 존재한다. 무기 개발 단계서부터 전선에 배치, 각종 실험을 거친다. 이후 상용화 단계를 거쳐 실제 상황에 투입된다. 한국을 방문하는 타국 군 장성에게 전장에서 활약 중인 무기를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셈이다. 무기의 실전 적용이 바로 힘든 다른 나라와의 차이점이다.
여기에 한반도의 기후와 지형이 무기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한반도는 동남아시아를 방불케 하는 더위, 러시아에 맞먹는 추위가 모두 나타나는 지역이다. 로버트 넬러 전 미국 해병대 사령관이 “한반도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또 가파른 지형 등이 산재해 훈련 조건이 잘 갖춰진 곳”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군사 훈련·실험에 최적화된 장소다. 한반도에서 작동하는 장비는 적도 근처 열대 지역에서도, 매서운 추위의 북반구에서도 모두 작동한다. 실험 장소로서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는 얘기다.
▶한국 방산업계 약점은 없나
▷핵심 부품 해외 의존도 높아
연일 좋은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한국 방산업계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한국의 ‘국력’이 제일 먼저 거론된다. 방산 산업은 기업이 아닌 정부가 주도하는 분야다. 국가 수반이나 군 통솔권자가 직접 판매를 주도하거나 판매를 금지시키는 일이 빈번하다. 때문에 정치와 외교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힘의 논리’가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국가의 힘이 약하면 무기 성능이 좋은데도 수주에 실패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가 2018년 좌절된 T-50A 고등훈련기 미국 수출 사업이다. 당시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을 잡고 미 공군 훈련기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경쟁자는 보잉 T-X를 앞세운 보잉·사브 연합이었다. T-50A가 각종 평가에서 보잉 T-X를 제쳤다. 국내에서는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계약 직전까지 갔다는 말이 시장에 계속 흘러나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탈락.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지나치게 강조한 게 문제였다. 2015년 열린 T-50A 공개 기념 행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축사까지 하며 ‘한국산 훈련기’임을 강조했다. 나름 T-50A를 띄우기 위한 이벤트였지만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성능과 가격이 비슷하면 자국산 무기를 선호하는 미국 정부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반면 보잉·사브 연합은 철저히 ‘보잉’만 앞세웠다. 사브와 스웨덴 정부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도 과제다. KF-21의 핵심 부품인 엔진은 미국의 ‘GE’가 제작했다. K2 전차는 파워팩(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장치) 변속기가 독일제 부품이다. 만약 이들 부품을 제작하는 국가에서, 해당 부품 수출을 통제하면 국산 무기 생산은 곧장 차질을 빚는다.
무리한 영업 전략 역시 한국 방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수주를 할 때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기술 전수·제휴·개발 분담금 제공 등을 ‘통’ 크게 약속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의 국력이 떨어지는 데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보니 생긴 관례다. 핵심 기술을 전수받은 수입국이 한국 기술을 기반으로 무기를 자체 개발해 경쟁자가 되거나, 분담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문제가 발생한다. 2008년 K2 전차 수출을 위해 기술 제휴 협약을 맺은 터키는 K2 전차 기술을 기반으로 ‘알타이 전차’를 제작, 전차 산업 경쟁국이 됐다. 지난 7월 19일 초도 비행에 성공한 KF-21의 경우 인도네시아가 8000억원이 넘는 개발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경쟁 국가의 전면적인 등장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특히 방산업계가 가장 긴장하는 소식은 ‘독일의 재무장’이다. 독일은 세계 방산 수출액 3위권에 오른 ‘방산 대국’이다. 뛰어난 성능을 앞세워 자주포, 장갑차, 전차 사업 등에서 한국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왔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독일제 무기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던 원동력은 ‘가격’이었다. 그러나 독일이 재무장을 선언하면서 독일제 무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은 군 현대화 예산에 133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업체들은 내수 시장이 생기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독일제 무기 가격이 하락하면 한국 무기가 가진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위험이 높다.
▶방산업계 나아갈 방향은
▷공동 연구개발·부품 국산화 절실
한국 방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부품 국산화’와 ‘글로벌 공동 연구개발(R&D) 활성화’가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핵심 부품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현재의 무기 체계를 바꾸라는 조언이다.
현재 국내 무기 개발은 ‘선체계 개발’ 방식을 따른다. 일단 해외 부품을 가져와 무기를 만든 뒤, 이후에 각종 부품을 국산화해 공급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부품을 먼저 국산화한 뒤 무기를 만드는 ‘선부품 국산화’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에 치중된 방산 산업 구조를 중소기업 위주로 재편하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김미정 산업연구원 기계·방위산업실 전문연구원은 “무기 체계를 개발, 양산할 때 대기업 중심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핵심 부품 국산화 전략을 적극 추진해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지원하는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부족한 ‘힘의 논리’ 극복을 위해서는 글로벌 공동 연구개발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우방국과의 공동 개발 방식을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과 ‘규모의 경제’ 확보, 정부 예산 절감, 첨단 기술 획득에 집중한다. 미국은 F-35를 공동 개발할 때 무려 9개국을 참여시켰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우 유럽 기업 간 공동 개발을 통해 개발비용과 위험을 분산한다. 또 공동으로 수출 마케팅도 추진해 일종의 ‘공동 브랜드화 전략’을 취한다.
반면 한국은 인도네시아와의 KFX 사업 공동 개발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공동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동맹국의 우수 장비와 기술을 시험, 평가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가 주도하는 FCT(해외비교시험) 사업에 도전하는 LIG넥스원 사례처럼 업체들은 꾸준히 해외 문을 두드리고 있다. 파격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영세한 수출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수출 계약이 적은 탓에 수출 계약 건당 수출액수가 낮다. 한국의 주력 방산 수출 제품인 KT-1, T-50, K-9 자주포, 잠수함 등은 주요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건당 수출액 규모가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약소국 대신 규모가 큰 선진국 방산 시장에 진입, 산업 외형을 키울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산 덩치가 큰 선진국 방산 시장을 적극 공략해 국내 방위 산업 규모부터 키워야 한다. 향후 방위 산업을 미래 국가 먹거리를 책임지는 주력 산업으로 육성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9호 (2022.07.27~2022.08.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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