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첫 대규모 기동훈련..역대 최대 규모 항공훈련 열어
“두두두~.”
굉음과 함께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로 거셌다. 수십 대의 헬기가 한꺼번에 엔진을 켜고 로터(회전날개)를 돌려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부는 바람이었다.
25일 오후 2시 40분쯤 경기도 이천 육군 항공사령부 기지에서 벌어진 광경이었다. 육군 항공사령부는 이날 대규모 항공작전 FTX(야외기동훈련)을 열었다.
참가 전력은 공격헬기 AH-64E 아파치 가디언 16대, 기동헬기 UH-60P 블랙호크 13대, 수송헬기 CH-47D 치누크 5대 등 34대였다. 여단급 규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군사훈련이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 항공 사상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아파치 공격헬기가 앞장을 서고 블랙호크 기동헬기와 치누크 수송헬기가 뒤를 따랐다. 이들 헬기가 줄을 지어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특히 아파치 공격헬기는 그 모습만으로 사람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육군은 아파치 공격헬기 보유량(36대)의 절반에 가까운 16대를 이날 훈련에 동원했다.
이보형 육군항공사령관(소장)은 “항공전력은 대규모로, 집중적으로 운용됐을 때 적에게 심리적 마비를 일으키고 전세를 역전하는 결정적 전력이 될 수 있다”며 “효과적인 대규모 항공작전을 펼치려면 이러한 집중적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훈련의 목적에 대해, 육군 측은 “육군 항공 전력의 막강한 위용을 선보이고, 항공작전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훈련 내용은 이러했다. 아파치 공격헬기의 엄호 아래 블랙호크 기동헬기가 대규모 병력을 적진에 내려놓는다. 치누크 수송헬기는 전방에 탄약ㆍ연료를 날라 야전에서의 재무장과 연료보급을 돕는다. 한마디로 유사시 적의 증원전력을 막고, 적의 퇴로를 끊는 공중강습 작전을 연습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아파치 공격헬기 6대가 공중기동 훈련에서 갑자기 선회하거나 재빨리 상승했다. 대공포와 휴대용 대공 미사일 등 북한의 촘촘한 야전 방공망을 피하는 기동의 시범이었다. 육군 관계자는 “아파치 공격헬기는 기체를 120도까지 기울여 방향을 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늘에서 내리꽂다시피 하강했다. 적 진지에 사격하기 위한 기동이었다. 가속력이 붙으면 사격이 더 정확해지고, 위력도 더 세진다는 게 육군 측의 설명이다.
아파치 공격헬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듯 착륙하는 스키딩(활주 착륙)도 선보였다. 헬기는 착륙할 때가 적의 공격에 가장 취약하다고 한다. 제자리에서 느린 속도로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치 공격헬기는 적시 스키딩으로 착륙하기도 한다.
이보형 사령관은 “원래 아파치 공격헬기는 더 격한 기동을 많이 하는데, 훈련 현장에 취재진이 많기 때문에 안전을 생각해 평소보다 살살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공격헬기들이 제대로 활약하지 않고 있는데, 아파치 공격헬기는 다르다. 지면에 바싹 붙어 날면서 적 모르게 근접할 수 있고, 고성능 센서로 먼거리에서 적을 발견해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누크 수송헬기 2대가 고도를 낮춰 땅 가까이 붙자 지상 인원이 컨테이너와 화물을 연결하는 로프를 헬기에 걸었다. 치누크 수송헬기는 최대 10t의 화물을 나를 수 있다.
전방 무장 및 연료 재보급소(FARP)로 물자를 수송하는 훈련이었다. FARP는 최전선과 멀지 않은 곳에 탄약과 연료, 정비 부품을 갖춰 헬기 전력에게 전투 지원을 하는 임시 기지다.
훈련 장소는 경기도 양평의 비승 사격장으로 옮겨졌다. 이천 기지에서 실사격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먼저 아파치 공격헬기 8대가 위력정찰을 했다. 블랙호크 기동헬기가 강습부대를 싣고 오기 전에 착륙지점의 적을 소탕하려는 것이었다. 적이 공격하자 아파치 공격헬기가 반격했다. 30㎜ 기관포 440여 발과 2.75인치 로켓포 100여 발을 사격장 표적에 쏟아부었다.
아파치 공격헬기가 기수를 지면에서 거의 90도 각도로 틀어 수 초 만에 150m가 넘게 치솟으며 적의 공격을 피하고는 다시 급강하하면서 기관포를 연사하는 모습은 적에겐 지옥과 다름 없을 것이다.
30㎜ 기관포는 전차를 부술 정도의 화력을 가졌다. 육군 관계자는 “아파치 공격헬기 1개중대(6대)가 적의 1개 기갑여단을 상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치 공격헬기는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도 무장으로 달 수 있다. 이 미사일은 1400㎜ 이상의 강판을 뚫을 수 있는 관통력을 가졌다. 그러나 비승 사격장은 좁기 때문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사격할만한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없었다. 육군 관계자는 “헬파이어 미사일은 전북 군산 앞바다 직도 사격장에서만 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치 공격헬기가 적진을 소탕한 뒤 뒤따른 블랙호크 기동헬기 6대에서 강습부대가 내려 목표를 점령하려 뛰어갔다. 강습부대는 제7 기동군단 소속이다.
7 기동군단은 기계화 부대 위주로 꾸려졌다. 평소 방어훈련을 안 하고 공격훈련만 한다. 유사시 북한 중심부를 향해 고속 전진하는 부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7군단의 별칭은 ‘북진선봉’이다. 대규모 항공작전은 7군단의 진로를 뚫어주는 임무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날 훈련이 단순히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것 이상으로 북한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주는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훈련을 주관한 1항공여단장 최재혁 대령은 “육군항공 전력은 신속한 기동력과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지상전 승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전력”이라며 “지금 당장 적진에 투입되더라도 적을 완벽히 압도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기 위해 훈련, 또 훈련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한미군도 지난주 경기도 포천의 영평 사격장(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AH-64E 아파치 실사격 훈련을 벌였다. 주한미군의 헬기 실사격 훈련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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