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경찰국 설치 속전속결.. 野 "진정한 국기 문란은 정부"
尹까지 "경찰 집단행동은 중대 국기 문란" 경고장 날려
野 "국기 문란은 정부가" 반발.. 30일 14만 경찰회의 예정
이상민 행안부장관(위)는 경찰의 반발을 12.12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정한 국기문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라고 비판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정부와 대통령실이 연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에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 경찰제도 개선안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야당도 "정권의 경찰 장악 음모에 맞서 싸우겠다"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모양새다.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직제 개정 시행령의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단축하는 등 '경찰제도 개선방안' 통과에 속도를 냈다. 시행령안은 지난 16~19일 입법예고를 거쳐 21일 차관회의에서 통과된 후 오늘(2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시행령이 내달 2일 공포·시행되면 행안부 내에 16명으로 구성된 경찰국이 신설된다. 경찰국 설치가 경찰제도 개선 최종안 발표 11일 만에 시행 일정까지 확정되는 데는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졸속 추진'이라는 일부 반대 여론에도 정부와 대통령실은 완고한 입장을 내비쳤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아주 힘이 세져 견제나 균형이 필요하다"며 전날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개최된 전국경찰서장회의를 "부적절한 행위"라고 평가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 정부의 개혁 과제에 '전두환 식'이라는 프레임을 건다"며 야권의 공격을 비판하고 "(경찰국은) 검수완박법으로 비대해진 경찰 행정사무를 효율적·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제도 개선방안의 중심에 있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연일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23일 경찰총경 회의를 "하나회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경찰국을 만들지 않는 게 행안부 장관의 직무유기"라면서 "경찰관들과 공감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이 장관을 옹호하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그런 것(경찰의 반발) 때문에 물러설 수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여기에 최근 현안과 거리를 두고 강경한 발언을 자제했던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경찰국 설치에 대한 정부 입장은 더 강경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에 집단 반발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며 경찰의 반대 움직임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전날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 해 나갈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변한 데서 나아가 직제 개편안 추진에 힘을 실은 것이다.
야당은 "정권의 경찰 장악 시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원내대책회의 대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국 설치 추진에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군사작전 치르듯 경찰국 신설을 서두르고 있다. 무엇이 두렵냐"고 지적하며 "오늘 대통령께서 경찰의 집단 목소리를 놓고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고 이야기했다. 진정한 국기문란을 일으키고 있는 건 윤석열 정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찰국 신설 절차를 당장 중단하고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속히 민생을 살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회의 의결로 경찰국 신설은 사실상 확정됐지만 반대 여론은 진화되지 않고 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경찰 내부의 이견은 탱크로 짓밟듯 뭉개 버리고 한치의 이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폭주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다"고 힐난했다. 일선 경찰은 오는 30일 경찰국 설치 등의 현안을 논의하는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연다며 전면전을 예고하는 등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윤진 인턴기자 yj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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