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뺑소니' 前서장 현직 경찰과 통화.."유착의혹은 檢이 수사"

김준희 2022. 7. 26. 14: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북경찰청 이석현(왼쪽) 교통과장과 유성민(가운데) 교통조사계장이 26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설명회를 열고 ″'무면허 뺑소니' 혐의로 전직 경찰서장 A씨와 이를 도운 지인 B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준희 기자


도주치상·무면허·범인도피교사 검찰 송치


면허 없이 승용차를 몰다 사고를 낸 뒤 달아난 전직 경찰서장과 그를 도운 지인이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 차주 측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담당 수사관과 전직 서장이 사고 당일 연락한 현직 경찰관 등 2명은 감찰 대상이 됐다. '뺑소니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은 전·현직 경찰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전북경찰청은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전직 경찰서장 A씨와 A씨 지시로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지인 B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B씨에게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시4분쯤 전주시 덕진구 한 교차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BMW 차량을 몰다 접촉 사고를 낸 뒤 그대로 도주한 혐의다. 이 사고로 당시 싼타페 차량에 타고 있던 2명은 팔목과 목 등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피해 차주 신고로 경찰은 4시간여 만에 A씨 신원을 확인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피해 차주 측은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측정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사고 시점부터 시간이 오래 흘러 측정해도 나올지 모르겠다"며 거부했다. A씨는 사고 당일 B씨를 보내 피해 차주 측과 '1800만 원을 주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가 이튿날 "법의 처분을 받겠다"며 번복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1시4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교차로에서 전직 경찰서장 A씨가 무면허 상태로 BMW 차량을 몰다 접촉 사고를 낸 뒤 그대로 도주하고 있다. 사진은 피해 차주 차량 블랙박스 영상 캡처. 사진 피해 차주


피해 차주 "봐주기 수사" 전·현직 경찰 檢 고발


피해 차주 측은 "A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감추려고 꼼수를 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사고 지역 관할 경찰서장을 지낸 A씨를 봐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A씨와 담당 수사관 C경위를 각각 도로교통법 위반과 직무유기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발했다. 부실 수사 논란이 이어지자 경찰은 전주 덕진경찰서에서 다루던 사건을 지난 1일 전북경찰청 교통조사계로 이관했다.

경찰은 A씨가 사고 당시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냈다. A씨 사고 당일 행적과 식사를 한 식당 폐쇄회로TV(CCTV), 계산서 등을 확인한 결과 술을 마신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A씨는 여전히 "사고 당시 나는 내가 피해자라고 착각했다"며 도주치상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사고 당시 누군가 내 차를 들이받고 달아난 것으로 생각해 앞질러 간 제3의 차량을 가해 차량으로 보고 쫓아갔다"며 "실제 그 차를 세운 뒤 (상대 운전자에게) '왜 내 차를 박고 갔냐'고 항의했고 서로 충격 부위도 확인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조사 결과 A씨 차량 블랙박스에는 사고 당시 영상이 없고, 중간중간 끊겼다. 경찰은 기기 전원 결함에 무게를 두고 "A씨가 고의로 블랙박스 영상을 지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피해 차주 측 신고를 접수한 덕진경찰서 소속 C경위는 가해 차량 차적을 조회한 뒤 오후 5시 넘어 A씨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A씨는 "차 주인은 맞지만, 내가 운전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 이후 A씨는 같은 날 오후 6시쯤 B씨에게 전화해 "사고가 났으니 네가 알아 보고, 네가 운전했다고 해"라고 지시했다. 이에 B씨는 A씨가 알려준 C경위 번호로 전화해 "내가 운전을 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사진 전북경찰청


"사고 당일 현직 경찰과 통화…감찰 의뢰"


A씨가 증거를 없애고 B씨와 입을 맞춘 정황이 나왔지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A씨가 동종 전과가 없는 점, 피해가 경미한 점, 사고 당시 도주할 의사가 있었는지 불분명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A씨 측이 합의를 번복한 데 대해서는 "(교통사고 관련) 합의는 (개인과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이어서 이 사건 본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A씨가 사고 당일 B씨에게 연락하기 전 현직 경찰관 1명과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의 행위가 직무상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C경위와 함께 감찰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석현 전북경찰청 교통과장은 "초동 조처에 대해서는 (담당 수사관이) A씨와 유착이 있었는지, 착오인 건지, 정상적인 조사를 밟는 과정에서 일어난 결과인지 등을 정확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경찰관 직무에 관련된 부분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감찰도 예정돼 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