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데이트폭력' 30대, 쌍방 상고 포기로 7년형 확정

고(故) 황예진씨 폭행 당해 숨진 사건
30대 남자친구에 살인죄 적용 안돼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7년형을 선고받았다.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와 검찰 양측 모두 상고를 포기하며 형이 확정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이씨 측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 6-3부(부장판사 강경표 원종찬 정총령)에 상고기한인 지난 20일까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아 7년형이 확정됐다.

이씨는 지난해 7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황예진(당시 26세)씨와 말다툼하다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씨는 황씨가 주변인에게 자신과 연인사이라는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황씨를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린 다음 자리를 뜨려 했으나, 황씨가 자신의 머리채를 잡자 화가 나 벽으로 세게 민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황씨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이씨는 이후에도 4차례나 더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머리뼈와 뇌, 목이 손상된 상태로 의식을 잃었다. 이씨는 이런 황씨를 엘리베이터로 끌고 간 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범행 후 119에 “황씨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취해서 넘어졌다”고 거짓 신고했다. 병원에 이송된 황씨는 약 3주간 의식을 찾지 못하다 결국 지주막하 출혈로 지난해 8월 17일 사망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 직전 다툼을 피하고자 오피스텔에서 나가려고 했다가 자신을 따라 나온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범행 경위를 고려하면 이씨가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폭행하며 상해치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교제 살인내지 폭행 살인의 일반적인 유형으로 교제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 보복 의사로 계획적인 살인 범행에 이른 것과 사인이 다르다”면서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후 이씨 측은 상해치사보다 형량이 낮은 폭행치사가 적용돼야 한다며 항소했다. 반면 검찰은 원심에서 정한 7년형은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차 폭행 때 유리벽으로 피해자를 10회 밀어붙였는데 반동으로 머리가 흔들려 손상을 입을 수 있던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예견 가능성도 인정돼 상해치사죄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유족에게 사과하거나 위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지도 않았고, 당심에서도 죄책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원심에서의 7년형 선고를 그대로 유지했다.

황씨의 유족 측은 항소심 선고 직후 “살인죄 적용을 안 해준 경찰과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에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며 “본인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사건을 진실하게 바라봐서 살인죄를 적용해 주기를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민영 인턴기자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