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좌절 뒤, 나고야서 다시 만나는 '평화의 소녀상'
[이두희 기자]
▲ 2021년 전시회에서 소녀상의 손을 잡아 주는 한 관람객의 모습. |
ⓒ 이두희 |
2021년 7월, 정체불명의 폭발물 배달을 이유로 중지되었던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가 오는 8월 25일 다시 열린다. 지난해와 같은 장소인 나고야 시내 '시민갤러리 사카에'에서 4일 간 진행될 예정이다(관련 기사: 이틀만에 갇힌 나고야 '소녀상'... 두가지 석연찮은 점 http://omn.kr/1ue12 ).
전시주최 측인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를 잇는 아이치의 모임(아이치의 모임)'은 지난 25일 나고야 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전시회 개최 일정을 발표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갑작스레 중지된 뒤, 주최 측이 일본 나고야시 측에 전시회 일방 중지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하고 재개를 위해 교섭 등을 이어온 결과이다.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전시 재개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위해선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2019 아이치 트리엔날레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소녀상 전시 등을 문제 삼으며 '테러'가 예고됐고, 전시는 사흘 만에 중지됐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전시' 중지 이후, 일본 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노골적인 방해와 탄압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각 지역 시민들은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전시 등을 기획·개최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그 결과 2021년에는 수많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간사이'가 예정된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 7월25일 진행된 2022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공개 기자회견 |
ⓒ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를 잇는 아이치의 모임 |
현재 일본 각 지역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전시회가 열리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도 나고야 전시회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해당 전시는 단순한 1회성 이벤트로 준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치의 모임'은 2019년과 2021년 전시가 중지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기에 과거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 또 정치인이나 일부 사람들이 단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술작품 전시를 방해하거나 중지시키는 반민주주의적 문제가 그 배경에 있다고 인식하게 됐다. 이번 전시회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그 근본 문제를 바꿔내기 위한 일련의 과정 중 하나다.
또한 이번 나고야 전시는 2019년 테러에 의한 전시 일방중지가 부당했음을 확인하고, 여전히 소녀상 전시에 대해 부당한 폭력과 압박이 이어지는 일본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전시회명에 '우리들의'이란 단어가 들어간 까닭도 여기에 있다.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다는 게 '아이치의 모임' 의도이기 때문이다.
▲ 2021년 전시회 중 시민활동의 기록 코너 모습. |
ⓒ 이두희 |
이번 전시 기간 중엔 시민들과 출품 작가 간의 온라인 토크도 진행된다. 또한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때 어떤 느낌을 갖게 되는지에 대해서 체험 가능한 '표현의 부자유 체험 코너'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 문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임을 경험하는 시간 또한 마련된다.
▲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
ⓒ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를 잇는 아이치의 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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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두희씨는 주최 단체 '아이치의 모임' 실행위원으로 준비과정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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