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달로 가야하나..다누리 발사 D-8일[과학을읽다]
인류 두 번째 달 착륙 가이드 역할 맡아
자기장-감마선 측정기로 달의 미스터리 해소 기대
우주인터넷 시험으로 국제우주통신망 표준 제정에도 기여
사상 첫 달 전체 편광이미지 촬영 등 중요 임무 수행 예정
달 표면 지질과 자원 탐사, 물 존재 확인 등 가능할 듯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대한민국의 첫번째 천체 탐사선인 '다누리(KPLO)'가 다음달 3일 발사된다. 한국 우주 탐사의 개척자 역할과 함께 인류의 두 번째 달 착륙의 안내자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국제적인 관심도 대단하다. 다누리의 발사 과정을 미리 한 번 살펴 본다. 다누리는 어떤 임무를 띄고 어떤 의미를 지닐까?
◇ 우리는 왜 달에 가야 하는가?
다누리 발사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첫 번째로 보내는 우주 탐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우주 개발 분야에는 크게 발사체ㆍ위성ㆍ우주탐사 등 3대 영역이 있다. 한국은 그동안 위성 개발에서는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 지난달 21일 독자 우주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우주탐사 실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달 궤도에 올라 탐사를 시작하면 2022년은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우주개발 3대 분야의 모든 영역에 발을 내딛은 역사적 해가 된다.
◇ 국제적 달 탐사 열풍
달은 미국의 1960~70년대 아폴로 프로젝트때 유인 착륙ㆍ표본 채취에 성공한 후 한동안 인류의 관심에서 벗어났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주 발사체 비용이 싸지고 달 자원 채취, 화성 개척 등 심우주 탐사가 인류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이후 예정된 주요국 달 탐사 계획은 한국의 2030년 달 착륙선 발사를 포함해 18건에 이른다.
인류의 이같은 '달 귀환'은 무엇보다도 '호기심' 때문이다. 이강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겸임 교수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인류에게 호기심이 없었다면 아프리카에만 몰려 살았을 뿐 지구 전체로 퍼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돈이 안 되지만 아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달에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극한으로 가야 발전하는 최첨단 기술의 개발과 활용도 부수적인 효과다. 화성 개척 등 심우주 탐사가 활발해지면서 중간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달에 전진 기지를 세우면 지구 중력을 극복하기 위한 발사체들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헬륨-3 등 자원 채취, 우주태양광발전소 등 에너지 생산, 의학ㆍ과학 실험, 폐기물 처리 시설 등의 용도도 거론된다.
◇ 미리 보는 다누리 발사
다누리는 다음 달 2일 오후 7시20분, 한국시간 8월3일 오전8시20분 발사된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우주로 향한다. 발사체는 스페이스X의 팰컨9을 이용할 계획이다. 지난 7월6일 한국 인천공항에서 비행기편에 실려 이틀 후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 도착했다. 점검 과정을 거쳐 다음달 1일 발사대 기립ㆍ대기 상태에 들어가 하루 후 발사된다.
◇ 3일 거리를 4.5개월 가는 이유
달로 가는 길은 3가지다. 첫번째는 미국의 아폴로 탐사때 썼던 직접 전이, 즉 지구에서 달로 곧바로 향하는 방식이다. 지구 중력을 벗어 난 후 궤도를 수정해가면서 달로 직행하기 위해 연료가 무지막지하게 소요된다. 5일 이내 갈 수 있어 우주 환경에 취약한 유인 탐사 방식에 적합하다. 위상전이 방식도 있다. 지구 근처를 굉장히 긴 타원 궤도로 몇차례 공전한 후 달 궤도에 슬쩍 올라타는 방식이다. 1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직접 전이보다는 연료 소모가 적지만 달 궤도 진입을 위해 역시 상당히 많은 양이 소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 두 가지 방식이 아닌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ㆍBallistic Lunar Transfer)을 사용한다. 대기권을 벗어난 후 지구와 태양간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지점(최대 156만km)까지 멀어진다. 이후 방향을 돌려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돌아 오면서 달의 지구 공전 궤도로 접근한 다음 달 궤도에 올라타는 방식이다. 약 4개월반이 소요되는 먼 거리다.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지만 연료 소모는 적다. 우리나라는 다누리 중량의 제한에 따른 연료 탑재량 한계로 최대한 연료를 아껴 운영 시간을 늘릴 수 있는 BLT 방식을 택했다.
◇임무 수행은 어떻게
다누리는 지난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달 탐사 계획으로 꼽힐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달에 직접 착륙했던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인류가 달을 가장 가깝고 정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누리는 달 상공 100km에서 달 극지방을 지나는 원 궤도에서 운영된다. 하루 12회 달을 공전하면서 달 관측 및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하고, 안테나를 통해 관측 데이터를 지구에 보낼 예정이다. 다누리의 첫 번째 임무는 2030년 이후 진행될 한국의 달 착륙 탐사를 위해 착륙선이 내릴 곳의 후보지를 찾는 것이다. 달의 자기장ㆍ방사선 측정과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 등의 과학적 목표도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출연연ㆍ대학들이 개발한 탐재체 5종, NASA가 개발한 영구음영지대 카메라(Shadowcam·섀도우캠) 등 총 6종의 과학 기구가 실려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광시야편광카메라는 세계 최초로 달 표면 전체 편광지도를 제작한다. 달 표면을 세밀하게 관측해 고해상도(100m) 티타늄 지도, 헬륨-3 분포 지도 등을 작성할 예정이다. 자기장 측정기는 핵이 식은 달이 뜻밖에 일부 표면에 자기장을 머금고 있는 미스터리를 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감마선 분광기도 달 전체에 분포돼 있는 먼지의 특성과 양을 분석해 줄 예정이다. NASA의 섀도우캠은 해상도 1.7m의 초고성능 카메라로, 달 남북극 영구음영지대를 고정밀 촬영한다. 향후 미국의 달 극지역 착륙 임무시 기초 자료로 제공된다. 물의 존재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다. 우주인터넷 장비도 관측 자료와 메시지 송ㆍ수신,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시범 실시 등 각종 실험을 통해 향후 제정될 국제우주탐사 표준 통신망 구축에 활용된다.
◇무시당하던 NASA와 협력 관계 구축
다누리 발사에서 한국은 사실상 처음으로 NASA와 본격적인 업무 협력 관계를 체험했다. NASA는 사실 변변한 우주발사체나 우주탐사 경험도 없는 한국을 잘 상대해주지 않았다. NASA가 비용 절약을 위해 섀도우캠을 다누리에 탑재하게 되면서 KARI와 NASA간 협력이 본격화됐다. NASA는 우주 탐사 경험이 전혀 없는 KARI가 다누리의 달나라행 경로로 BLT 전이 궤도를 선택하는 모험을 강행하도록 조언과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지구에서 최대 156만km 떨어질 예정인 다누리와의 통신망 구축에도 한 손을 거들고 있다. NASA는 미국 LA 골드스톤 및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심우주 안테나와 한국 경기도 여주에 KARI가 설치한 심우주 안테나를 연계해 다누리와 통신할 수 있는 심우주통신망 구축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김대관 KARI 달탐사사업단장은 "미국과 금전적으로 주고받은 것은 없지만 섀도우캠 탑재를 조건으로 많은 기술적 조언과 협력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NASA와 본격적인 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 다누리가 검은색인 이유
다누리의 표면은 효과적인 전하 배출과 극저온ㆍ고온에서 버틸 수 있도록 검은색의 다층 박막 단열재로 감싸져 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정지궤도(약 3만6000km) 이상의 심우주에서 버틸 수 있는 폴리아미드 소재다. 다누리는 1년간 목표 궤도에서 운영된 후 연료 상황에 따라 여유가 있으면 운영 기간이 연장된다. 내년 7월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이때 KARI는 달 표면 충돌 및 영상 확보, 달 동결 궤도 진입 후 계속 운영 등의 처리 방안도 정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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