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선 이재명 맨뒤, 같은 0.5선 김한규는 맨앞..국회 자리 비밀
“이재명 의원이 터치스크린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묻더라.”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질문 참석을 위해 본회의장에 수 시간 동안 머물렀던 4선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안 의원은 “옆에 앉은 이 의원이 전자투표하는 법을 조금 낯설어하길래 이것저것 알려줬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자리는 본회의장 가운데에 놓인 국회의장석을 기준으로 왼쪽 맨 뒷좌석인데 바로 옆 좌석에 이 의원이 자리를 새로 배정받았다.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금배지를 단 ‘0.5선’ 이 의원의 본회의장 좌석 이웃들은 안 의원과 같은 중진들이다. 5선 설훈 의원과 4선 김영주 국회부의장 등도 부근이다. 이 의원의 앞줄엔 친이재명계인 3선 윤후덕, 재선 박주민 의원도 자리해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2층 방청석 바로 아래에 가려져 있어 사진기자들이 휴대전화 화면을 몰래 촬영하기가 어려운 자리”라며 “의원들 사이에선 소위 ‘명당’이라 불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0.5선인 이 의원이 어떻게 중진 의원들만 앉는 자리를 얻게됐을까. 본회의장 좌석은 국회 사무처가 각 정당 원내지도부의 의견에 따라 배치한다. 맨 뒷좌석은 본회의장 출입이 자유롭고 의원들끼리 담소를 나눌 때 취재진 눈에 잘 띄지 않아 계파 수장이나 대선주자급이 관례적으로 앉아왔던 자리다. 이 의원 측 인사는 “따로 원내 지도부에 자리 배치를 요구한 건 아니다. 지난 3월 대선을 후보로 뛰었고 현재 당 상임고문인 점 때문에 배려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주자급 정치인들도 맨 뒷자리에 앉아 ‘원내 정치’를 해왔다. 15~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의원 시절엔 맨 뒷줄에 앉았다. 19대 국회 당시 본회의장 왼쪽 맨 뒷줄이던 그의 자리 주변에는 친박계였던 김무성·김태환·이해봉 의원 등이 박 전 대통령을 호위하듯 둘러앉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찾아오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과 수시로 얘기를 나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재선 의원 시절인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맨 뒷자리에 앉아 미소를 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은 유명한 일화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 5월 국회 첫 등원 당시엔 앞쪽에서 다섯번째 자리를 배치받았다. 당시엔 대선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특별한 배려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해 9월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에는 맨 뒷자리를 새로 배치받았다. 이해찬 대표, 추미애·김한길 최고위원 자리 바로 옆이었다. 당시 김현 대변인은 “대선 후보를 예우하기 위해 재조정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 의원과 같은 시기인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한규 민주당 의원(제주을)은 본회의장 가운데 맨 앞자리를 배치받았다. 그의 주변엔 민주당 초선인 장철민, 이소영, 김용민, 홍정민, 민병덕 의원이 앉아있다. 국민의힘 소속 ‘0.5선’인 박정하 의원(강원 원주갑)은 본회의장 오른편 두번째 줄에, 최재형 의원(서울 종로)은 오른편 여섯번째 줄에 앉게 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초선 의원은 “앞줄에 앉으면 회의 중간에 빠져나오기도, 스마트폰을 만지기도 어려워 의원들이 꺼리는 자리”라며 “대선주자급인 이 의원이 맨 뒷줄에 배치받은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같은 초선으로선 아쉬운 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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