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싸라기 땅' 용산정비창, 초고층 업무지구로 고밀 개발(종합)
서울시 입지규제최소구역 지정..법적상한 용적률 1500% 넘는 마천루 조성
모든 획지 업무·주거·상업 등 다용도 복합개발 허용
부지 70% 이상 비주거 용도..주택 6000호 공급
총 사업비 12조 전망, 공공 5조 마중물
"빠르면 10~15년 내 사업 마무리할 것"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황서율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마지막 금싸라기 땅’ 용산정비창이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직주혼합’ 국제업무지구로 고밀 개발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이 같은 내용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서울 도심, 여의도, 강남과 연결되는 지리적 중심지로 잠재력이 높지만 개발사업이 무산된 이후 10년 간 추진동력을 잃어버린 상태였다"며 "더 늦기 전에 시작하겠다"고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원에 있는 용산정비창 부지는 용산역 뒤편의 약 49만3000㎡ 규모 나대지(지상에 건축물이 없는 대지)다. 여의도 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의 공터로, 서울에 남은 마지막 대규모 가용지여서 '금싸라기 땅'이라 불린다.
서울시는 2007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이 부지를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 포함하며 동북아 최대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시행사의 부도로 2013년 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1만여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민 등의 반발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에 개발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는 전체 부지의 72%를 소유하고 있는 코레일과 지난해 5월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은 이후 수차례 실무협의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의 구체적인 비전과 개발방향을 마련했다.
◆초고층 마천루 사이에 공원·녹지…'직주혼합' 亞 실리콘밸리로=서울시는 초고층 마천루 사이에 드넓은 공원과 녹지가 펼쳐지고, 일자리와 주거·문화 등 모든 활동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직주혼합형 융복합 국제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최첨단 테크기업과 연구소, 국제기구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업무공간과 컨벤션(MICE) 시설, 비즈니스 호텔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선다.
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용산정비창 부지 전체를 여러 개의 획지로 나누고, 국제업무·업무복합·주거복합·문화복합구역 등으로 구분한다. 모든 획지는 업무·주거·상업 등 다양한 기능이 들어갈 수 있는 다용도 복합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 주거·공용·산업 등으로 구분되는 용도지역제를 없애고, 복합적인 기능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비욘드조닝' 개념을 처음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특히 법적 상한 용적률 1500%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서울시 최초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는 용도지역 등에 따른 입지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건축물의 허용용도·용적률·높이를 별도로 정하는 규제특례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유사한 뉴욕 허드슨야드는 용적률을 최대 3300%까지 허용하고 있다.
최대 용적률과 층수는 개발계획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구체화하고, 민간이 사업을 진행하며 확정된다. 과거 개발 과정에서는 서울시가 지구 중심부에 최고 620m(약 150층)의 랜드마크 건물 건립을 허가한 바 있다. 이는 잠실 제2롯데월드(555m·123층) 보다 높다. 2010년 시행사는 최고 100층 높이의 메인 타워를 짓고, 양 옆에 각각 72층, 69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는 등 총 67개의 고층 건물을 배치하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전체 부지의 70% 이상은 업무·상업 등 비주거 용도로 채우기로 했다. 주택은 평형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공급 규모가 달라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30평대의 민간 분양주택과 20평대의 임대주택을 적절하게 섞으면 6000가구 정도가 나온다"고 말했다.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체 부지의 40%는 도로·공원·학교 등 기반시설로 조성하기로 했다. 또한 고밀 개발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높이 제한은 최소화하되, 주변 지역을 고려한 스카이라인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침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상은 녹지·보행 중심, 차량은 지하로…1호 모빌리티 허브 조성=서울시는 이와 함께 녹지생태공간을 곳곳에 조성해 지상부의 50% 이상을 녹지로 확보하기로 했다. 북한산~서울 도심~남산~용산공원~용산국제업무지구~한강으로 이어지는 남북녹지축도 만든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내부를 지상과 지하, 공중으로 연결하고 용산역까지 이어지는 입체보행네트워크로 만든다. 건물과 건물을 브릿지를 통해 공중으로, 지하 보행로를 통해 지하로 각각 연결되는 식이다.
차량은 지하로 달릴 수 있도록 지하교통체계를 구축한다. 도로에는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자율주행 통신시스템(V2X)와 같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스마트 환경도 조성한다. 아울러 지하도로는 강변북로, 한강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연결시켜 서울 도심·강남, 인천공항 등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용산역 인접 부지에는 도심항공교통(UAM), 지하철 등 교통 간 쉽고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는 대중교통환승거점인 '모빌리티 허브 1호'를 조성한다.
UAM의 경우 2025년 기체 상용화에 맞춰 김포공항~용산국제업무지구 시범노선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비행기를 타고 인천·김포공항에서 내려 UAM을 타고 용산에 도착한 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나 지하철로 환승이 가능해진다. 철도노선은 경부선·호남선·1호선·4호선·경의중앙선 등 5개 노선에 향후 3개 노선(GTX-B, 수색~광명 고속철도, 신분당선)이 추가된다.
◆총 사업비 12조…공공 마중물 5조 선투입=서울시는 과거 초대형 민간 프로젝트 금융회사(PFV) 주도의 통개발로 추진했다가 무산된 경험을 들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코레일 주도의 단계적·순차적 개발을 하기로 했다.
우선 공공이 약 5조원의 재원을 투자해 부지 조성과 인프라 구축을 선 시행한 후, 민간에 부지를 하나씩 매각해 개별적으로 개발해 하나씩 완성해가는 방식을 택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별도의 전담조직인 용산개발청(가칭)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용산역에 인접한 부지는 코레일이 소유하면서 건축물을 건설하고, 완성된 건물을 임대 또는 분양하는 선도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총 사업비는 12조원 정도로 예상한다"며 "2025년 앵커부지 착공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 10~15년 내 사업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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