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인플레이션' 때문에..월마트도, 월풀도 올해 전망 낮췄다(종합)

정현진 2022. 7. 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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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이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형 유통기업 월마트가 올해 수익 가이던스(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 식품과 같은 생필품 판매가 늘고 의류나 전자기기 등의 판매는 줄어 수익성 악화를 전망한 것으로, 아마존과 타깃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줄줄이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미 가전업체 월풀도 수요 감소를 감안해 실적 전망을 낮춰잡는 등 다른 산업으로도 타격이 확산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월마트는 올해 2분기와 연간 주당 조정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9%, 11~13%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치를 내놨다. 앞서 월마트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월마트가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 이유는 40여년 만에 찾아온 미국 최악의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나 식품 등 생필품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이를 우선순위에 두고 다른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월마트는 분석했다. 실제 월마트는 미국 내 동일매장의 매출(연료 제외)이 2분기 중 6% 증가할 것으로 봤다. 식품 판매가 예상보다 늘면서 기존 예상치(4~5%)를 상향 조정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식품과 연료 인플레이션 수준이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 일반 품목에 더 많은 압박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미국 매장 내에서 의류 판매를 위해 추가 가격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생필품보다는 의류, 전자기기 등이 판매될 때 유통업체가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 생필품 판매가 더 늘수록 월마트의 수익 전망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장 마감 이후 나온 예상치의 하향조정 발표로 월마트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10% 가까이 떨어졌다. 월마트는 다음 달 16일 정식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유통업계의 선두주자인 월마트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다른 미 유통업체들도 인플레이션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경쟁사인 미 유통업체 타깃도 2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제품 가격을 낮추고 추가 주문을 취소하는 등 마진율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월마트 실적 발표 이후 타깃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 가까이 떨어졌고 오는 28일 실적 발표 예정인 아마존의 주가도 4%가량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타격으로 미 대형 가전업체 월풀도 이날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 주당 영업이익은 22~24달러(약 2만9000~3만1000원)로 당초 예상보다 2달러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올해 매출은 당초 전년 대비 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전년 대비 6% 감소로 조정했다. 짐 피터스 월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룸버그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줄고 있다"면서 올해까지는 수요가 계속해서 억눌려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노후 가전 교체 수요가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풀의 예상 하향 조정은 당초 시장의 전망보다는 감소폭이 덜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장 마감 이후 예상치가 발표되자 월풀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 가까이 상승했다. 월풀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LG전자에 밀려 세계 가전 1위 자리를 내준 뒤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 압박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한편 가전 등 전자기기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인 NXP반도체는 이날 자동차와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NXP반도체는 이날 실적 예상치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이 33억5000만~3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33억2000만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매출 총이익률도 58.3%로 전망돼 시장의 예상(57.6%)을 넘어섰다.

커트 시베스 NXP반도체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거시경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NXP반도체는 지속적으로 잘해나갈 것이며 차량용과 산업, 사물인터넷(IoT)시장에 있어 소비자의 수요는 계속해서 공급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발표 이후 NXP반도체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 이상 하락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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