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부터 '검사 윤석열'까지.. 보수언론도 걱정하는 지지율
[하성태 기자]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가 되면 야당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하고 20%대가 되면 관료가 말을 안 듣고 10%대가 되면 측근들이 떨어져 나간다. 한자릿 수까지 되면 그땐 탄핵 얘기가 나올 것(이다)." - 지난 17일 TV조선이 보도한 여권 관계자 발언
최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그러자 당도 아닌 '여당 관계자' 입에서 '탄핵'이 거론됐다. 여당 관계자가 언론을 상대로 현 정권의 탄핵을 언급한 것 자체가 '뉴스'라 할 만했다. 비록 어디까지나 일반론에 입각한 가정법일지라도 말이다.
심지어 지난 19일,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제가 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는 듯한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기까지 했다. 해당 발언이 여권 내에서조차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란 방증이었다. 이어 해당 'TV조선'발 보도를 <조선일보>가 다시 기사화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주목할 것은 익명의 여권 관계자 발언을 취재해 인용한 매체다. 이른바 '보수종편'의 선두격인 TV조선이 용감하게도(?) 탄핵 운운한 발언을 버젓이 보도한 것 자체가 '대통령 지지율 폭락' 후폭풍과 직결된 어떤 징후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은 다른 보수매체도 마찬가지였다.
▲ <대통령은 '검사 윤석열'을 빨리 잊어라>는 제목의 25일자 <중앙일보> [이하경 칼럼] |
ⓒ 중앙일보PDF |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아직도 검사의 체취가 남아 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취임 두 달 만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야당에선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이 검사 특유의 이분법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 황당한 위기를 자초했다(...) 검사의 세계관은 모순적인 대립구도에서 어떻게든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야 하는 현실 정치와 국정 운영에는 부적합하다는 진단이다."
<대통령은 '검사 윤석열'을 빨리 잊어라>는 제목의 25일자 <중앙일보> [이하경 칼럼] 중 일부다. 대통령 지지율 폭락이 위중하고 다급한 상황이라 느낀 걸까. 무려 <중앙일보> 주필 및 부사장이 진단하는 현 정부의 문제의식도 여론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검사 측근들로 구성된 '검찰 공화국'에 대한 우려 말이다. 이어 이 주필은 "그렇다면 대통령은 본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런 진단을 이어갔다.
"그러나 정반대로 장·차관급과 대통령실 등 권력의 핵심 포스트에 검찰 심복들을 직행시켰다. 이 정권의 인사·정보·금융까지 '검찰 가족'의 수중에 넘어갔다. 새 정부는 미래를 열어야 하는데 과거를 들춰내는 DNA를 가진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다."
여야,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공감하는 '검찰공화국'의 문제점 및 현 정부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짚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해당 칼럼 속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 경제고문 영입" 및 "부인 김건희 여사의 자제 모드"를 이유로 "다행히 윤 대통령은 달라지고 있다"는 진단엔 판단이 갈리겠지만 말이다.
앞서 '탄핵' 발언을 보도한 TV조선에 이어 '주간조선'도 거들고 나섰다. 주간조선은 <조선일보> 온라인판에 24일 게재된 <"前정권 탓 그만하고 실력 보여라" 尹지지율이 보내는 3가지 경고>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지지율 폭락의 근거를 비교적 상세히 짚었다.
주간조선은 그 경고의 근간으로 여론조사에서도 손꼽히는 지인이나 가족 특혜 및 사적 채용 등 불공정 인사,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는 출근길 문답 발언으로 대표되는 소위 '전 정권 탓', 흔들리는 보수 핵심 가치 및 국민과의 소통 부재 등을 꼽았다. 이 역시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윤 대통령에게 줄곧 호의적이었던 층에서조차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없다. 대선 지지자 일부만 돌아서도 국정 기반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인사 논란, 국정 비전 제시 미흡, 잦은 말실수와 태도 논란 등 부정 평가 이유는 다양하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단호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주된 요인일 것이다. 이는 결국 윤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 문제로 수렴된다." - <"잘못하고 있다" 60%… 尹 달라진 리더십 보여줘야>, 23일 동아일보 사설 중
<동아일보>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이들의 우려와 근심이 진보 매체는 물론 여타 일간지들의 분석과 대동소이했다. 이처럼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중동'이 공히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이들 모두 평소 윤 대통령이 중시한다고 공언해 온 대한민국 대표 '메이저 언론'들이 아닌가. 이러한 쓴 소리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의 귀에 가닿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표현 수위의 온도차만 존재할 뿐 일반적인 분석 자체는 버릴 것이 보인다.
앞선 칼럼에서 <중앙일보> 이 주필은 "이제 내 말 잘 듣는 검사·수사관 출신, 권력 다툼에 정신이 팔린 윤핵관에게 의존하는 국정 운영 기조가 확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확 바뀌여야 한다"는 문장이 눈에 콕 박힌다. 남는 의문은 하나다. 대통령이 이처럼 우호적 언론들의 직언에 귀기울이고 받아들일 변화 및 실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지 하는 의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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