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오페라발레 수석무용수는 언제부터 '별'로 불렸나?

장지영 2022. 7.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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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발레단이다.

박세은은 오는 28~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에 발레단 동료 9명과 함께 출연한다.

파리오페라발레의 경우 카드리유(군무)-코리페(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프르미에 당쇠르·당쇠즈(남·녀 제1무용수)-에투알(수석무용수)의 5단계로 되어 있다.

세계 주요 발레단에 단원제가 존재하지만 매년 승급 시험을 치르는 것은 파리오페라발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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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첫 에투알 공식 지명.. 박세은은 역대 91번째
박세은이 지난해 6월 10일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열린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마치고 에투알로 지명된 직후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박세은 제공

파리오페라발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발레단이다. 프랑스 루이 14세 치하인 1669년 설립된 이후 수많은 격변을 겪었지만 ‘발레의 종가’로서 드높은 위상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한국 발레리나 박세은이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 에투알(수석무용수)이 됐다. 박세은은 오는 28~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에 발레단 동료 9명과 함께 출연한다.

이번 공연이 박세은의 에투알 지명 이후 첫 국내 무대인 만큼 파리오페라발레의 독특한 승급 제도나 호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파리오페라발레가 수석무용수를 프랑스어로 ‘별’이란 뜻의 ‘에투알’(etoile)로 부르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큰 듯하다.

박세은은 지난해 9월 파리오페라발레의 시즌 개막 행사인 데필레(défilé)를 통해 에투알로서 처음 무대에 등장했다. 프랑스어로 행진을 뜻하는 데필레는 발레단 단원들과 발레학교 학생들이 등급 순서에 따라 입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맨 앞줄의 남녀 무용수들이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이다. 파리오페라발레

세계 각국의 발레단은 계급사회라고 할 만큼 단원 등급이 확실하게 나뉜다. 3~5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명칭 역시 각각 다르다. 파리오페라발레의 경우 카드리유(군무)-코리페(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프르미에 당쇠르·당쇠즈(남·녀 제1무용수)-에투알(수석무용수)의 5단계로 되어 있다. 7월 기준으로 오렐리 뒤퐁 예술감독 아래 에투알 16명, 프르미에 당쇠즈/당쇠르 13명, 수제 41명, 코리페 30명, 콰드리유 54명 등 154명의 정단원이 있다. 단원들은 42세 정년이며, 각 등급에 결원이 생겨야만 승급할 수 있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에투알은 예술감독이 지명하지만 프르미에 이하는 승급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세계 주요 발레단에 단원제가 존재하지만 매년 승급 시험을 치르는 것은 파리오페라발레 뿐이다. 19세기에 시작된 승급 시험 제도는 예술감독에겐 귀찮은 것이어서 그동안 여러 차례 폐지될 뻔한 적도 있었다. 승급 시험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무용수에게 부담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것은 평소 솔로로 춤출 기회가 적은 군무 단원이 예술감독과 동료 단원들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원들 사이의 경쟁을 강화함으로써 발레단 단원들의 수준을 전체적으로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박세은이 25일 서울 세종대 용덕관에서 파트너인 폴 마르크과 함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를 연습하고 있다. 박세은은 28~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에 동료 9명과 함께 출연한다. 롯데문화재단

대부분의 발레단이 수석 무용수를 프린시펄 댄서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파리오페라발레만 에투알이라고 부르는 것도 흥미롭다. 프랑스 라루스 무용사전에 따르면 ‘에투알’이란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895년으로 ‘쉬제 에투알’이란 호칭이 비공식적으로 등장했다. 당시엔 단원 등급 용어나 승급 제도가 현재와 달라서 쉬제는 지금의 프리미에와 비슷한데, 쉬제 에투알은 쉬제보다 더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1897년 파리오페라발레 발레마스터 조셉 한센이 안무한 작품은 제목부터 ‘에투알’인 2막 발레인데, 극중 여주인공이 시험을 통해 프르미에에서 에투알이 된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파리오페라발레에서 ‘에투알’의 칭호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20세기 들어 세르주 리파(1905~1986)가 예술감독을 맡은 이후다. 리파는 20세기 초반 문화예술계를 뒤흔든 발레 뤼스의 마지막 간판무용수 출신 안무가다. 1930~1944년과 1947~1958년 예술감독을 역임한 리파는 부유한 남성 후원자의 연습실 방문 등 악습들을 없애는 개혁을 추진했다. 파리오페라발레의 단원 등급제와 명칭을 최종 정비한 것도 리파다. 1931년 수잔 로르시아의 에투알 승격 기록이 있지만 지금같은 파리오페라발레의 단원 등급제는 1940년 발레리나 리세트 다르송발과 솔랑주 슈워츠의 에투알 지명부터 시작된 것으로 간주된다. 발레리노로는 이듬해 세르주 페레티가 처음 에투알이 되는 등 이때부터 에투알을 포함한 단원 등급제가 정례화 됐다. 이에 따라 박세은은 파리오페라발레에서 91번째 에투알이 됐으며, 올해 발레리노 프랑수아 알루가 92번째 에투알로 지명됐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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