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치 40% 넘겨도, 그냥 놔둔다..車 온실가스 관리 왜 이러나

강찬수 2022. 7.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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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교통운동은 지난 2020년 국내에서 판매된 승용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배출허용기준을 40% 이상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국에너지공단 자료를 인용해 밝혔다. 사진은 국내 한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연합뉴스

자동차 배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환경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20년 국내에서 판매된 승용차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허용기준을 40% 이상 초과했지만, 환경부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교통운동은 25일 "환경부는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에 따른 실적보고서를 최근 1년 이상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2년부터 시행…해마다 기준 강화


지난달 8일 오후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완성차들이 주차돼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2012년부터 시행 중이며, 환경부는 수입·제작사별로 매년 판매한 승용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평균값을 조사, 배출허용기준을 충족 또는 초과했는지 등을 담은 실적보고서를 작성·공개해야 한다.

제도가 시행된 2012년에는 수입·제작사별 평균 배출허용기준은 1㎞ 주행당 140g 이하였고, 2020년에는 97g/㎞로 강화됐다. 오는 2030년에는 70g/㎞로 강화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2019년 실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2월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으나, 2020년 실적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9년 실적을 보면 현대·한국지엠·토요타·닛산·한불모터스(푸조)· 재규어랜드로버·FMK 등 7개사만 110g/㎞ 기준을 달성했다. 기아·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혼다·포드·볼보·캐딜락·포르쉐 등 9개사는 과거 초과달성분을 가져와서 적용할 경우엔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르노삼성·쌍용·FCA 등 3개사는 과거 초과달성분을 가져오더라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관련 제도에서는 기준을 초과한 자동차 업체에 초과율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지만, 기준보다 적게 배출한 성과는 이후 5년 이내에 초과분을 상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기준보다 초과 배출한 경우 3년 이내에 기준보다 적게 배출하면 그만큼을 상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배출량과 기준 차이 더 벌어져


현충일 연휴였던 지난달 5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IC 인근 하행선(오른쪽)이 차량들로 정체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
녹색교통은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간한 '2020 자동차 에너지 소비효율 분석집'에서 제시한 값을 사용, 2020년 배출허용기준과 비교했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2020년에 판매된 승용차 159만3546대를 분석,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140.5g/㎞로 제시했다. 업체별 배출량은 산정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배출허용기준 97g/㎞보다 44.8%나 많았다.

김광일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환경부는 에너지공단에서 분석한 값에 전기차·경차 판매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최종 평균 배출량을 산정하면 업체별 평균배출량이 조금 낮아질 수도 있다"면서도 "전체적인 면에서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너지공단에서 같은 방식으로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을 산정한 결과, 2015년 143.4g/㎞, 2017년 143.9g/㎞, 2019년 140.7g/㎞ 등으로 큰 차이가 없다.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2017년 이후 2020년까지 2.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에너지공단이 산출한 평균배출량과 배출허용기준 사이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5년에는 기준이 140g/㎞였고, 평균배출량이 143.4g/㎞여서 초과율은 2.4%였다.
하지만 2019년에는 기준이 110g/㎞, 평균배출량은 140.7g/㎞로 초과율이 27.9%이었고, 2020년에는 44.8%까지 벌어졌다.

자료: 녹색교통운동 .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은 한국에너지공단 산출 자료임.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어 기준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2020년 초과 배출한 것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전기차를 생산·판매하지 않는 일부 업체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녹색교통 측은 "과징금 부과를 3년간 유예하는 것은 제작사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큰 차 판매에 열 올리도록 조장


지난 4월 10일 오후 충남 당진시 행담도 휴게소가 상춘객들의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제작사별로 배출허용기준이 달라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무거운 차만 판매한 업체에는 느슨한 기준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2020년 전체 기준은 97g/㎞이지만, 무게가 1000㎏인 차에는 82.7g/㎞ 기준이, 2000㎏인 차에는 121g/㎞의 기준이 적용된다. 2000㎏ 차량만 판매한 업체에는 97g/㎞가 아닌 121g/㎞의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이 때문에 각 업체에서 작은 차보다는 수익이 많은 중·대형차 판매에 열을 올리게 되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이 줄지 않는다는 게 녹색교통의 설명이다.

*자료: 녹색교통운동

녹색교통은 또 "승용차보다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길고 대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많은 중·대형 상용차(총 중량 3.5톤 이상 중·대형 화물차, 16인승 이상 버스 등)에 대해서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들 차종에 대해서도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연비 기준을 강화할 전망이어서 우리도 기준을 미국·EU와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내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96%가 도로에서 나오고 있는데, 지금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고 있다. 자동차 등록 대수와 연간 자동차 총 주행거리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무처장은 "관련 제도를 개선해 자동차 제작사가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 녹색교통운동

환경부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겠다"며 "중대형 자동차에 대해서도 자발적 참여 과정을 거쳐 2026년부터는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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