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쿠데타""윤희근 가만 안둔다"..여야 첫 전투는 8월4일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26일 국무회의에 상정되기 하루 전인 25일 정치권은 격렬한 강대강 대치를 시작했다.
발화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난 23일 경찰서장회의는)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전 브리핑에서도 “치안책임자들이 지역을 이탈해 모였다.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바로 이러한 시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조직이 상부의 지시를 위반하고 임의로 모여서 정부의 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발언에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무모한 경찰 장악 의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고, 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도 “경찰이 쿠데타를 했다니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여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 반발은) 직무유기이자, 국민 혈세로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이들의 배부른 밥투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정쟁화에 골몰하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여·야의 거친 입씨름은 경찰국 신설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나온 ‘전초전’ 성격이란 해석이 나온다.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은 지난 16~19일 입법예고를 거쳐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해 26일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속전속결’을 위해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대폭 단축했다.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안(행안부령)은 국무회의 통과 시 8월 2일 공포·시행된다. 향후 세 가지 국면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① 8월 4일 윤희근 청문회…벼르는 野, 안 밀리겠다는 與
여·야가 시행령 공포 후 본격적으로 대치할 첫 전장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다. 25일 여·야는 8월 4일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자가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이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한 것을 문제 삼을 태세다.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자의 보복성 인사조치는 경찰의 중립성을 침해했다. 후보자의 권한을 넘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지도 청문회에서 가릴 것”이라며 “경찰국 신설 문제도 캐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행안위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중앙일보에 “경찰국 신설이 경찰 통제가 아니라는 점과 경찰의 집단행동이 상명하복을 우선으로 하는 경찰 지휘체계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을 민주당이 문제 삼는다면 우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령 정치가 훨씬 많았다’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② 시행령 수정요구권…野 “모법 위반” vs 與 “법제처는 합법 판단”
청문회 이후에는 야당이 시행령 수정검토요구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법 98조 2항에 따르면 시행령이 모(母)법 취지에 어긋났 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걸쳐 정부에 수정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이 없어 시행령 개정이 위법이라는 점을 정부에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은 수정요구권 발동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행안위 관계자는 “법제처는 이미 경찰국 신설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민주당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행안위원장직을 맡은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 입장을 받아들일지다. 민주당은 이 의원이 다수석을 점한 자신들의 의견을 수용하길 바라고 있지만,이 위원장이 버틸 경우 큰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③ 野, 이상민 해임·탄핵 검토…내부선 “정치적 부담”
청문회와 시행령 수정요구권에서 기대만큼 효과가 없을 경우 민주당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이상민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이다.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1 동의에 따라 발의할 수 있고, 재적의원 과반 동의로 가결될 수 있다. 민주당 169석으로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요건이다.
하지만 민주당 원내핵심 의원은 “해임건의안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작고 탄핵소추안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해임건의나 탄핵 소추를 추진하면 정권을 발목 잡는다는 비판여론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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