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애원에, 눈물 쏟은 한남자..인천 당황케한 시청앞 트럭
“그만두지 말아달라.”
지난 18일 오전 10시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선 3.5t 중형트럭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선 한 무리의 남성들이 애원하는 장면이 재생됐다. 이들의 설득에 결국 한 남성은 눈물을 쏟는다.
눈물은 쏟은 화면 속 남성은 축구팀 인천유나이티드(인유)의 전달수 대표다. 지난 2020년 여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임하려다 선수단과 팬들의 만류로 의사를 접은 전 대표가 지난 12일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사의를 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이 다시 나선 것이다.
3분짜리 영상 재생을 마친 트럭은 다시 인천시 체육회를 향했다. 트럭이 속도를 내자 차량에 부착된 ‘시민이 원하는 대표이사는 전달수 대표이사입니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바람에 휘날렸다. 이날 트럭 시위를 기획한 인유팬 신원용씨는 “2년 전 대표가 사의를 밝혔을 때 구단 구성원과 팬들이 모여 반대했고 결국 뜻을 접었다”며 “그때처럼 사의가 철회됐으면 하는 마음에 과거 모습이 담긴 영상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인유는 인천시를 연고로 하는 시민구단이다. 기업 전속 구단에 밀려 하위권을 전전하지만 매년 강등권 탈출 경쟁을 이겨내는 모습에 열광하는 팬들이 많다. 드라마 같은 극적인 순간을 함께하다 보니 팀과 팬들의 관계가 유독 돈독하다고 알려져 있다. 인유 팬들은 특히 전 대표가 온 뒤 구단과의 연대가 더 끈끈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에서 개인사업을 하던 전 대표는 2018년 박남춘 전 인천시장에게서 인유의 대표이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전 대표가 과거 보수성향 모임에 속했던 터라 민주당 소속 시장의 요청에 다들 의아해했다고 한다. 전 대표는 인천시 동구 체육회 부회장을 역임한 정도가 체육계와의 인연일 뿐 축구단 운영 경험도 없었다. 전 대표도 처음엔 난색을 표했었다.
하지만 “성적에 얽매이지 말고 시민과 소통하는 축구단을 만들어달라”는 설득에 결국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팬들은 “전 대표가 선수단과 프런트, 팬 간 원활한 소통에 기여하고 적극적으로 스폰서를 유치해 구단 재정을 개선했다”고 입을 모았다. 故 유상철 전 인유 감독 별세 등 팀의 희로애락 때마다 팬들이 자발적 모금으로 힘을 보탠 것도 전 대표에 대한 신뢰가 작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뜻밖의 사임에 시작된 단체행동
인유 시민 주주인 나재형(34)씨는 “2020년 전 대표가 사의를 접은 뒤 팀이 하나로 뭉쳐서 당시 최하위던 팀이 극적으로 1부 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다”며 “이번 트럭시위는 힘겨운 시간을 함께했던 리더를 잃고 싶지 않은 인천팬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정치권에서도 이번 시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전 대표의 사임에 인천시장 교체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전문성이 아닌 정치적 사유로 엽관제로 (민선7기) 임명된 사람이 많다.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이 당선되면 거취를 정해야 한다(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고 한 정유섭 전 인천시장 인수위원장의 발언 등은 팬들의 의구심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천시 측은 “‘여야 막론하고 정무직으로 임명된 분들은 임기를 맞추는 방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특정 부처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정 위원장의 발언은 한참 논란이 됐다.
“압박 없었다. 혼자 내린 결정”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는 전 대표에게 거취 관련해 어떠한 의사도 전달한 적 없다”며 “시즌 중이라 대표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 대표의 사퇴 의사가 강력해 시장실에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팀을 위해서라도 어떤 방향이든 결론이 빨리 내려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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