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까지 나선 고민정 "솔직히 윤 대통령이 잘하길 원한다"
[박소희, 박정훈, 남소연 기자]
▲ 고민정 의원 1인 시위 '사적채용 사과하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 채용 논란을 비판하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19일 오전 8시,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타났다. 다음날에도, 비가 내리던 그 다음날에도, 후덥지근한 그 다음날에도 그는 '친인척·지인으로 가득 찬 윤석열 궁궐,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다!'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무턱대고 '반윤(석열)'은 아니다."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솔직히 윤 대통령께서 잘하길 기대하고 원한다"면서도 "지난 두 달을 돌이켜보면 오로지 전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분노만 가득하더라"고 총평했다. 이어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하나하나 무너지는 상황을 야당으로서 다 넘길 수 없다"며 윤 대통령에게 민생의 어려움과 민주주의 후퇴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 그 일이 바로 자신이 추구하는 '반윤'이라고 했다.
'반윤'을 말하는 고민정 의원의 가장 큰 상징성은 '친문재인'이다. 그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인재영입 1호였고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자타공인 '친문 대표정치인'이다. 하지만 스스로 "캥커루족(성인이 됐지만 보호자의 지원에 계속 의존하는 이들)이 되면 안 되지 않겠냐"고 생각해왔다. 또 본인이 정치인으로 우뚝 서야 '문재인의 정치'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치인 고민정'의 시작으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각에서는 고 의원의 강한 친문 이미지를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다. 그가 1인 시위에 나섰을 때도 몇몇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고민정은 공채로 청와대에 들어갔냐"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고 의원은 "사적 채용, 민간인 수행원 논란 등에 자신이 있으면 반박할 텐데 그게 안 되니까 메신저를 공격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그 모습에) 저는 '뭔가 문제가 있구나'란 확신이 들었다"고 응수했다. "그런 식의 물타기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 더불어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고민정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 남소연 |
-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총선 때부터 '대선이 끝나면 정치인 고민정으로서 내 정치, 내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고민정의 정치'로 지도부 입성을 목표삼은 이유가 있는가.
"캥커루족이 되면 안 되지 않겠나. 제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시작했지만,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바른 정치인으로 크지 못한 셈이다. 그리고 제가 독립해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에게 '문재인의 정치'를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지난 2년 동안 (민생)현장을 다니면서 좀 허망함이 들었다. 솔직히 제가 알려진 편이라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것만으로 위로가 되진 않더라. '내가 더 큰 방패막이 되려면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달리 말하면 '친문 고민정'으로 살면서 내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는 얘기로 들린다. 돌이켜 볼 때 '이때 이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운 순간을 꼽자면.
"코로나19 초기 대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못 들었다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할 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고,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관련 결의문 발의에 동참했다. 그런데 제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대학 등록금 반환을 추진하네'란 식으로 받아들여지더라. 청와대와 그 어떤 교감도 없었는데. 그때부터 기조도 낮추고 뒤로 빠졌다. '2년 동안은 자제해야겠구나' 싶었고.
정부는 가장 많은 교집합을 찾아내 묶는 역할이지만, 정당은 왼쪽, 오른쪽 저마다 강하게 의견을 제시하면서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지 않나. 저는 정당에 왔으니까 왼쪽 역할을 세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전히 저를 정부의 일원으로 보더라. 하지만 등록금 반환만큼은 정부를 압박해서라도 해결해야 했는데... 너무 아쉽다. 그때 2년차 국회의원이었다면 달랐을 것 같다."
- 문재인 정부의 탄생, 2020년 총선 대승 후 민주당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임기 말까지 40%대였던 반면 정권교체여론은 늘 과반을 넘겼고, 끝내 정권을 잃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던 욕심의 결과다."
- '욕먹기 싫다'였다는 말인가.
"그런 거다. 기계적 중립은 있을 수 없다. 결국 선택의 영역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모두를 아울러 가려고 했다. 한 쪽 이야기만 들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의 역할은 국민 통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적 중립을 지킬 필요는 없다. 조금이라도 방향성을 갖고 한 쪽으로 치우쳐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지향점을 강하게 드러내야 하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많이 든다.
하지만 5년 전으로 돌아가면 다를까? 저는 아니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탄핵을 딛고 일어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5년 내내 했다. 우리는 우리가 움푹 패인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까지 해놓으면 다음 정부가 성을 쌓을 것이란 기대와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선거운동도 적극적으로 했다. 그 땅 위에 진보가 추구하는 세상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사람으로 그가 호출 받았으니까."
- 문재인 정부가 국민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힘들었다고 평가했는데, 사실 '여당 민주당'은 주요 선거 국면마다 국민보다 문 대통령 등 '어떤 정치인을 지키겠다'고 말한 인상이 더 강하다.
"우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동했음을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문재인을 지키겠다, 이재명을 지키겠다'는 말은 단순히 그 사람을 지키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문재인을 지키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남북평화, 사회안전망 강화 노력, 그 혜택을 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 당 밖에는 결국 '문재인만 지키자'로 받아들여졌던 게 아닐까.
"그럴 수 있다. 다만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이 문재인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이재명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가 중요한 까닭이기도 하다. 젊다고 선택해달라?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저는 '97세대'란 단어도 꼭 그렇게 써야 하나 싶다. 그들은 우리의 선배, 문재인과 이재명, 노무현을 넘어설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 더불어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고민정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 남소연 |
- 6.1 지방선거 결과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나.
"하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다. 후보들의 잘못도 아니고, 100%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 '정신차려'란 말과 '한 번 더 기대해보겠다'는."
- 대부분은 '정신차려'로만 생각했는데.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지 않나. 선거 때도, 지금도 민주당을 향한 국민들의 비난이 계속 있다는 것은 아직 애정이 있어서다. 아예 포기했으면 무관심하거나 그냥 다른 누군가를 찾아가면 되는데 혼을 낸다면 그래도 애정이 남은 것 아닌가. 그걸 되찾으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 민주당의 반성과 성찰, 미래가 화두인 시기이기도 하다. 본인이 생각하는 당의 과제는 무엇인가.
"'원래의 민주당'으로 되돌아가자. 민주당은 민주화를 이뤄낸 사람들이 주축이고, 김대중 시절 IMF 경제위기를 극복해낸 정당이고, 약자들과 연대하는 정당이다. 그 민주당으로 되돌아가자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저는 '86 용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어려워지고 서로 갈라진 상황을 보고만 있지 말고, 후배가 한다니까 '알아서 해' 하지 말고, 본인들의 지혜와 경험치를 펼쳐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방식'이 시대엔 맞지 않겠지만 그들의 '지혜'는 필요하지 않겠나."
- 다른 인터뷰에서 "저는 반명도 아니고 친명도 아니고 반윤"이라며 "우리는 반윤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탄핵연합'을 구성했던 중도층 등의 이탈을 꼽는데, 선명성만으로 '이탈민주'를 설득할 수 있을까.
"무턱대고 반윤은 아니다. 솔직히 윤석열 대통령께서 잘하길 기대하고 원한다. 대한민국 상황이 너무 안 좋다. 코로나19를 극복하면 경제 위기가 온다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외교안보위기까지 닥쳤다. 경제와 안보를 굳건히 하려면 대통령이 중심을 잘 잡고 가야하고, 우리 야당도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두 달을 돌이켜보면 오로지 전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분노만 가득하더라.
인사문제만 해도, 시작은 '민간인 수행원을 어떻게 국가 1급 비밀에 해당하는 대통령 순방을 총괄하는 자리에 넣을 수 있냐'였다. 미숙할 수 있다. 다만 잘못한 부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바뀐 모습을 보이면 된다. '뭐가 문제냐, 전 정권보다 못한 사람이 누가 있냐' 이런 말은 대통령이 절대 해선 안 된다. 이렇게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하나하나 무너지는 상황을 야당으로서 다 넘길 수 없다. 그게 반윤이다."
- 그런데 지지층 안에서도 반발이 나왔던 대표 사례가 부동산 정책이다. 하지만 본인은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완화 논의가 있을 때 공개 반대했는데, 여전한가.
"어느 정도 조정은 할 수 있지만, 우리의 방향성까지 흔들리진 않았으면 한다. 갈수록 세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모든 정부의 숙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시작으로 많은 감세정책을 펴내고 있다. 폭탄 돌리기다. 또 표 때문에 세금을 다 깎아주면 나중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5년만 하고 털면 끝인가?
다만 프레임 전환은 필요하다. 계속 종부세에 갇히는 것은 저들의 논리를 따라가는 셈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인 공시지가) 11억 원보다 낮은 가격의 집을 가진 사람들, 전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거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거기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게끔 판을 끌고 와야 한다. 그런데 왜 여전히 '11억 원 이상의 판'에서만 자꾸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답답하다."
- 종부세 완화논란은 수도권이 부동산 정책에 가장 민감했기 때문에 벌어진 측면이 크다. 특히 서울은 4.7 재보선과 대선, 지방선거마다 민주당에게 등을 돌렸다. 서울 광진을 의원이기도 한데, 구체적인 서울 민심 회복방안이 있다면.
"부동산 때문에 서울 민심이 '일정 정도' 돌아섰다는 데에는 동의, '전부 그렇다'는 데에는 부동의한다. 민주당이 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예를 들어 평등법(차별금지법)은 민주당의 지향점에 아주 부합하는데,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아무리 민생법안을 많이 통과시켜도, 국민들 머릿속에 남는 것은 '시대의 가치를 담은 법안을 하냐 안 하냐'다. 지난 2년 동안 그런 '가치법'이 없었다. 차기 지도부는 이 논의를 치열하게 해야 한다."
- 성비위도 당의 고질병처럼 되고 있다.
"(한숨) 왜 그런 걸까, 정말... (가슴을 치며) 저는 그런 사건이 터지면 깊은 한숨이 나온다.
한편 2차 가해의 정의가 필요하다. 어떤 사건이든 양쪽 의견이 존재한다. 그런데 성비위 문제에선 무언가를 알려고 해도 2차 가해가 된다. 하지만 진실을 모르면서 판단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 사안은 건드려선 안 되는 문제가 됐다. 우리 사회에선 (어떤 개념이나 사안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아서 큰 문제가 될 때도 많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한다."
▲ 더불어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고민정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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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이번 전당대회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에, '친명 지도부'가 꾸려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후보도 17명에 달하는데, 당선을 자신하는가.
"자신 있어야죠(웃음). 일단 (후보가 많아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다들 궁금해하니, (전당대회) 1차 목표인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러면 두 번째 관문은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이 아니라 국민들이 '민주당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었지'라고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장으로 만드는 일이다."
- 이미 '진흙탕 싸움'을 우려하는 이들은 많다. '분당' 얘기마저 나오고.
"절대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저는 (지지후보에 따라 당이 갈렸던) 대선 경선 시절이 제일 어려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의 당, 이재명의 당, 이낙연의 당이 아니라 '우리의 당'이다. 자꾸 한 사람을 위한 곳처럼 되면 계속 민심과 멀어진다. 이 말을 할수록 이쪽에서 욕 먹고, 저쪽에서 욕 먹는데, 저처럼 교집합들의 범위가 넓어져야 민심을 당 안으로 확 끌어올 수 있다. 제 스스로도 어깨가 무겁다."
- '이재명 사법리스크' 논란은 어떻게 보고 있나.
"진실은 이재명 의원 본인이 제일 잘 알 테고, 그가 넘어야만 하는 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게 사법리스크든 사법탄압이든 당 전체를 뒤흔들게 놔둬선 안 된다. (친명-반명이 아닌) 저 같은 사람이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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