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한 장관은 왕중의 왕" 한동훈 "박 장관 때 총장 패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진행된 25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과 국무위원들이 거친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겨냥해 날 선 공세를 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이 적극 반박하는 과정에서 고성도 오갔다. 국민의힘은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을 고리로 역공을 폈다.
특히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정면충돌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문제 등을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거칠게 부닥쳤다. 박 의원이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내자 한 장관은 박 의원의 과거 법무부 장관 시절 이력까지 거론하며 작심한 듯 받아쳤다
박 의원이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 업무 범위에 인사가 없다”고 몰아세우자 한 장관은 “(인사 업무를) 위임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박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왜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수석들까지 검증하나”라며 “법치농단”이라고 공격하자 한 장관은 박 의원이 2003년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으로 근무한 이력까지 거론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동훈 장관=“박 의원이 근무했던 민정수석실에서는 어떤 근거로 인사 명부를 대놓고 검증했습니까? 제 일이 잘못이면 민정수석실 인사검증 업무도 모두 위법입니다.”
▶박범계 의원=“틀린 말이고 거짓말입니다. (중략) 비서실장, 수석을 검증하는 왕 중의 왕, 1인 지배 시대를 한 장관이 하고 있는 거요.”
▶한동훈=“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판단 없이 기본적인 자료를 넘기는 것인데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
▶박범계=“아니라카면(아니라고 하면) 다예요?”
이후에도 두 사람은 충돌했다. “검찰총장 임명은 언제 하나. 한 장관이 평검사 인사까지 다 했다”는 박 의원의 지적에 한 장관은 “(박 의원이) 법무부 장관일 때 (윤석열)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인사한 걸로 안다”고 받아쳤다. 과거 박 의원의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 파동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박 의원은 곧바로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응수했고, 본회의장에 앉아 있던 민주당 일부 의원들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합세했다. 반대로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큰 소리로 웃으며 손뼉을 치는 등 한동훈 장관의 발언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이치모터스 의혹 곧 결론 날 것”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찰 수사를 놓고 박 의원이 “과잉수사 아니냐”고 묻자 한 장관은 “저는 의원님과 달리 구체적 사안에 대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 선 답변을 내놨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1년 넘게 수사했고, 곧 결론이 날 것”이라며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불거진 탈북 어민 북송 문제를 파고들었다. 하태경 의원은 “북송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문명국가가 아닌 괴물 국가로 국제사회에 비쳤다”고 꼬집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흉악범이니까 우리 사회 보호를 위해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은 문명국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체를 위해 개인 인권을 희생해도 된다는 것은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호응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좁은 오징어잡이 배에서 2명이 16명을 차례로 살해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조사를 조기 종료한 것 자체가 의구심이 든다”고 하자 권 장관은 “매우 의아스럽다”고 답하기도 했다. 권 장관은 북송 어민의 살해 행위 여부에 대해선 “그런 개연성이 크다”고 했지만 “탈북민 의사에 반한 북송 사건은 2019년 케이스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당시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씨가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것도 문제 삼았다. 신씨가 합동 사전답사에 동행한 것을 파악했었느냐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일이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며 “(답사단 명단) 결재는 제가 했지만, 이름은 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한 총리는 “경력직과 별정직의 채용은 조금 다르다”며 “별정직 채용에 있어서는 특정한 임무를 수행한 분에 대해 특수한 절차를 거쳐 채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방장관 “유엔사, 북 어민 판문점 통과 승인”
한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당시 북한 어민의 판문점 통과가 유엔사 승인 없이 진행되었다는 논란과 관련해 “유엔사가 (판문점을 통한 북송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장관은 “유엔사의 승인 없이 판문점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유엔사 승인하에 판문점을 통과한 것은 사실”이라고 거듭 말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유엔사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손국희·김준영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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