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대신 경찰국, 장관이 경찰 견제해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경찰국 설치 논란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만 답했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도 “행안부와 경찰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것과 관련해 아직 이야기할 만한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경찰국 설치에 반발한 총경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대통령실은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대통령실이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건 전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청이 가장 힘이 셀지도 모른다.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한 정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아직 별다른 말씀은 하지 않았다. 원칙론적으로 처리하길 바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는 차갑다. 경찰국 논란의 도화선이 된 총경 회의에 대해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경찰청장 후보자가 하지 말라고 한 것을 감행한, 지휘부에 대한 명령 불복종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경찰국 설치에 대해선 다수가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인데, 여기엔 민정수석실 폐지와 문재인 정부 때의 일부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엔 민정수석실이 경찰 고위직의 인사권을 쥐고 경찰을 통제해 왔다. 그런 식은 괜찮고 경찰국 설치는 왜 안 되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따라 민정수석실을 없앴고, 대통령실과 경찰 간의 직접적인 연결점(치안비서관)도 없어졌다. 현재 대통령실에 파견 나온 경찰 중 최고위급은 경무관이어서 과거 치안감급보다 아래다. 경찰 수뇌부에 메시지를 넣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의 사무를 관장하게 돼 있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비대해진 경찰 행정사무를 효율적으로 조치하기 위해 현행법에 따라 행안부에서 경찰국을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진행된 일부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도 강하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4년 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만 해도 문재인 정부 내내 뭉개고 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다만 속도전을 벌이는 듯한 양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내부 설득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발을 키웠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경찰청장이 아직 후보자 신분인 상태에서 과속한 감이 있다. 경찰이 민감해하는 문제들은 경찰을 통해 풀어갔으면 극한 대립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은 지난 16~19일 입법예고를 거쳐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해 26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국무회의 통과 시 다음 달 2일 공포·시행된다.
정치권에선 시행령 공포 후 다음 달 4일로 잡힌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경찰 중립성 문제를 놓고 본격적으로 대치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청문회 이후 민주당이 시행령 수정검토요구권을 발동하거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또는 탄핵소추안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민주당 원내 핵심 의원은 “해임건의안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작고 탄핵소추안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권호·김효성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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