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경기침체 아니다" 서머스 "외면 땐 더 큰 고통"

송승환 2022. 7. 26. 0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거인의 발걸음’을 시작하면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스태그플레이션, 경기 침체+물가 상승)의 공포’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한 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자칫 물가는 잡지 못한 채 경기후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기 침체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선 Fed가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1994년 이후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0.7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이번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확률은 25일(현지시간) 기준 78.7%에 이른다. 나머지( 21.3%)는 1%포인트 인상의 ‘울트라 스텝’을 예상했다.

전문가 48% “1년 안에 경기후퇴 가능성”

파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당분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어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물가 안정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정책 목표 최우선 순위가 ‘물가 안정’에 맞춰졌다는 뜻이다.

이런 Fed의 고강도 긴축 예고에 1년 안에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블룸버그가 지난 8~14일(현지시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7.5%가 ‘향후 1년 안에 경기후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고 블룸버그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조사 때보다 응답자 비중(30%)이 17.5%포인트 늘었다. 블룸버그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했지만, 물가는 잡히지 않고 경제 성장은 이미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가 이미 기술적인 경기 침체 상태에 빠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1분기 -1.6%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을 -1.6%로 추산했다. 일반적으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기술적 침체로 판단한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는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50년 만의 최저치인 3.6% 수준이지만 내년 말엔 5.2%까지 오를 것”이라며 “이미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게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국 경제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올해 하반기부터 약한 경기 침체 상태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경기 침체’ 전망을 두고 미국의 전·현직 경제수장이 같은 날 엇갈린 진단을 내놓았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성장이 더뎌져도 경기 침체라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은 “연착륙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옐런·서머스, 지난해엔 인플레 두고 논쟁

서머스

옐런 재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성장이 느려지는 이행기에 있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속도가 일부 느려질 수 있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미국의 노동시장은 한 달에 약 40만 개씩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매우 견고한 상태인데 이런 상황을 경기 침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옐런 장관은 오는 28일 발표될 미국의 GDP 성장률에 대해선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다고 해서 경기 침체로 규정한다면 그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Fed가 빠르게 금리를 인상해 경기가 다소 둔화할 수는 있지만, 경제 전반이 취약해진 것은 아니다”며 “미국의 소비지출은 견고하고 산업생산은 최근 6개월 가운데 5개월 동안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CNN방송에 출연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옐런 장관의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서머스 교수는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서머스 교수는 “물가가 크게 오르고 고용이 낮을 때 경기 침체가 따라올 가능성은 아주 높다”며 “중앙은행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위험을 외면하는 타조처럼 행동한다면 나중에 더 큰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교수와 옐런 장관은 지난해 초에도 인플레이션 전망을 두고 논쟁이 붙었다. 당시 코로나19에 대응해 연준이 유동성을 공급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1조9000억 달러의 대규모 경기부양 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서머스 교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Fed가 결국 물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미 Fed와 옐런 장관 등 미 경제 당국은 “인플레이션은 세계 공급망의 혼란 때문에 발생하는 외부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