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쉐론의 자연채집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세계.’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까르뜨 블랑슈, 아이외르’ 컬렉션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막과 바다, 산, 열대우림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는 충돌하면서도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라탄과 조약돌, 그을린 참나무, 조개껍데기 등 자연 소재에 빛나는 골드와 다이아몬드를 더해 또 다른 아름다움을 재창조한다. 이처럼 클레어 슈완이 말한 ‘아이외르(Ailleurs, 외딴 곳)’에선 모든 소재의 경계를 허문다. 먼저 다섯 개의 컬렉션 중 첫 번째 컬렉션 ‘샌드 우먼’은 황량한 사막으로 이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을 떠오르게 하는 네크리스는 천연 라탄 섬유를 프레임에 말리기 전에 골드 틀을 끼우고 형태를 고정시킨 것. 모래색의 라탄과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골드가 겹쳐지면서 사막의 끝없는 능선을 떠오르게 한다. 열대식물의 싱그러운 색으로 가득한 ‘리프 우먼’ 컬렉션은 채도를 한껏 높인 열대우림으로 초대한다. 트로피컬 무드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컬러들이 새 · 나비 · 뱀 등 다양한 동식물 모티프에 더해졌고, 그린 투르말린과 다이아몬드, 블랙 스피넬로 장식해 열대우림의 비비드한 컬러 팔레트가 리듬감 있게 펼쳐졌다.
한편 ‘얼스 우먼’ 컬렉션은 지질학을 탐구하며 태초 자연의 모습에 집중했다. 흙을 떠오르게 하는 브라운 계열의 컬러를 메인으로 암술이 진동에 따라 떨리는 꽃, 청자고둥 조개껍데기로 만든 브로치가 인상적이다. 사막에서 시작한 컬렉션은 숲을 지나 바다로 이어졌다. 달빛이 비친 바다와 광활한 해변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침묵 속 고요가 ‘페블 우먼’ 컬렉션에 담겼다.
하얀 조약돌 위에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네크리스, 산호초를 떠올리게 하는 브로치 등 마치 투명한 바닷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이번 컬렉션 중 특히 눈여겨볼 라인은 처음으로 선보이는 남성 하이 주얼리 ‘볼케이노 맨’이다. 지구 깊은 곳까지 이르러 ‘마그마의 힘’에서 영감받은 남성 컬렉션은 다른 컬러를 사용하지 않고 모노톤으로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조개껍데기를 X레이로 스캔해 표현하거나, 그을린 참나무를 다이아몬드와 결합해 결코 밋밋하지 않다.
이전에도 끊임없이 자연을 탐구하며 컬렉션을 선보여온 클레어 슈완은 이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통해 태초의 뿌리부터 시작해 환상 속의 자연 너머로 뻗어나간 모습이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외딴곳’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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